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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찾은 중국 베이징 하이덴구에 있는 우커쑹 완다플라자. 초대형 복합 쇼핑몰인 이곳은 세계를 발칵 뒤집은 중국의 올 춘제(음력 설) 갈라쇼인 춘완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이었다. 매년 춘제 기간 하이덴구가 주최하는 신춘과학기술묘회를 통해서다.

이전까지만 해도 전통 공예와 먹거리들이 행사를 장악했지만 올해는 달랐다. 7억명이 동시 시청한 지난 16일 중국중앙TV(CCTV)의 춘제 특집 쇼인 춘완에 등장한 로봇을 행사 곳곳에 배치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만 춘완이 중국 대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기업의 춤·무술·콩트(단막극)를 통해 뛰어난 동작과 기능을 선보이는 과시용 쇼케이스였다면 이날 행사는 일상을 파고든 로봇을 부각시키는 현장 투입에 가까웠다.

이날 행사엔 유니트리, 노에틱스, 갤봇, 매직랩 등 춘완 무대에 등장한 로봇 기업뿐 아니라 막대한 참가비 때문에 춘완에 참여하지 못한 내로라하는 스타트업 70여개가 참여해 150여개의 체험형 전시를 선보였다. 춘완처럼 눈으로만 보는게 아니라 34대 로봇을 실제로 만지고, 대화하고, 놀 수 있게 하는 로봇의 대중화가 이날 행사의 핵심이었다.

현장에는 인공지능(AI) 대형 모델, 디지털 인간, 생성형 AI 콘텐츠(AIGC), 가상현실(VR) 등이 전통 명절 체험과 결합돼 기술 기반 민속 축제라는 독특한 형태를 만들어냈다.

춘완에 등장한 갤봇이 커피를 만들고 음료를 주문 받아 건네줬으며, 노에틱스 로봇은 북소리에 맞춰 안정적으로 발을 구르고 팔을 휘두르면서 민속 춤을 췄다.
이 외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고자유도 정교 손(로봇 핸드)를 갖춘 링커봇은 밴드를 구성해 정밀한 힘 제어를 통해 중국의 관현악곡 춘절서곡을 연주했다. 로봇들의 즉석 피아노·드럼 연주와 미로 속에서 출구를 찾아나오는 로봇개, 증강현실(AR) 보물찾기, 동작 감지 그림자 인형극에도 방문객들이 몰렸다.

‘축구봇’은 AI로 자율적인 판단을 내리며 유려한 패스와 태클, 슈팅을 선보이면서 현장에서 아이들과 승부차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다른 한 켠에선 로봇에라가 다국어로 신년 축복을 전했고, 풍부한 학식을 갖춘 애지봇은 현장에서 방문객들과 즉석에서 시문 대결을 펼쳤다. 스피리트AI는 정밀한 기계 팔로 탕후루를 직접 만들었다.

두 명의 자녀와 행사를 찾은 30대 가정주부인 중국인 비엔모씨는 “춘완의 오프라인 확장판 같다”며 “로봇이 건네주는 음료를 마시고, 악수를 나누다 보니 친구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행사를 둘러보고 음식을 먹는 게 전부였지만 올해는 입장하자마자 아이들이 로봇에 푹 빠졌다”고 덧붙였다.

하이덴구 관계자는 “중국 로봇은 이제 무대가 아닌 생활로 이동 중”이라며 “단순 기술력 향상뿐 아니라 이런 행사를 통해 로봇을 공장, 병원, 가정으로 확대하는 것이 다음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행사를 기획한 하이덴구는 국내총생산(GDP·2025년 기준) 1조위안(약 210조원)을 넘긴 베이징의 기술 중심지다. 바이두·샤오미·바이트댄스 등 핵심 플랫폼 기업의 본사가 밀집해있기도 하다.

베이징은 현재 글로벌 AI 1위 도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하이덴구는 일반 소비자를 로봇 시장으로 유인하는 전환 플랫폼으로 이같은 행사를 준비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