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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수파 대법관이 트럼프 정부 손 들어주지 않은 이유 4가지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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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수파 대법관이 트럼프 정부 손 들어주지 않은 이유 4가지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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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표 경제정책인 상호관세와 펜타닐관세가 위법하다고 20일(현지시간) 판결했다.

    6대 3으로 위법하다는 판단이 다수였다. 진보파로 분류되는 케탄지 브라운 잭슨, 소냐 소토마요르, 엘리너 케이건 대법관 3명은 물론이고 보수파로 분류되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닐 고서치 대법관 3명 등 총 6명이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이용한 광범위한 관세 부과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공화당 정권에서 임명된 보수파 대법관들조차 이러한 조치는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한을 넘어선다고 판단한 것이다.

    로버츠 대법원장이 주도한 다수의견은 국가 경제와 외교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막대한 관세 권한을 의회가 대통령에게 넘길 때에는 "명확한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IEEPA의 '규제 권한'을 빌미로 대통령이 이같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당시 의회가 이 법을 제정할 때에 의회의 핵심 권한인 조세권을 '규제'라는 표현 아래에 숨겨두었다는 주장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다.
    "지갑의 권한은 의회에 있다"

    ▶(이유 1) "조세권은 의회의 고유 권한"


    대법관들이 이같이 판단한 가장 큰 이유는 권력 분립이다. 항소심에서 법원은 '지갑의 권한(세금징수의 권한)은 의회에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이같은 관점을 동일하게 유지했다. 로버츠 대법원장과 케이건 대법관 등은 "미국 헌법 제1조 8항은 '의회는 세금, 관세, 수입 부과금 및 소비세를 부과하고 징수할 권한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면서 "건국자들은 이 조세권의 고유한 중요성을 인식했으며, 이 권한에는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매우 명백하게'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의회의 동의 없이 관세를 광범위하게 부과해 미국의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만들어낼 권한이 행정부에 있지 않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닐 고서치 대법관은 작년 11월 구두 변론에서 이같은 권한을 행정부가 가질 수 있다고 한 번 판단할 경우, 입법부에서 행정부로 지속적으로 권한이 넘어가는 '일방향 톱날(래칫)'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유 2) "규제는 과세가 아니다"

    다수 의견은 IEEPA에서 명시하고 있는 구체적인 권한 목록에 "관세"나 "부담금(duties)"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당법은 대통령에게 "수입 또는 수출을 조사, 조사기간 중 차단, 규제, 지시 및 강제, 무효화, 취소, 방지 또는 금지"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관세 등에 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른 법률들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의회가 관세를 부과하고자 하는 명확하고 이례적인 권한을 (행정부에) 주려고 했다면 명시적으로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규제와 연관되어 사용된 IEEPA의 주변 단어들 역시 "당시 의회가 규제에 세수 확보의 권한을 포함할 의도가 없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판결문 다수의견은 또 "통상적인 의미에서 "규제하다(regulate)"라는 단어에는 과세(taxation)가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세금이 규제적 목적을 달성할 수는 있지만, 규제 권한이 조세 권한을 자동으로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아울러 이러한 정부의 해석이 IEEPA를 부분적으로 위헌으로 만드는 논리적 허점이 있다고 봤다. "헌법은 수출품에 대한 과세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IEEPA는 수입과 더불어 수출도 "규제"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유 3) "의회의 명시적인 승인 필요" - 주요 문제의 법리(Major Questions Doctrine)

    다수 의견은 이 문제가 의회의 명시적인 '주요 문제의 법리'에 해당한다고 봤다. 주요 문제의 법리는 중대한 정치적 또는 경제적 중요성을 지닌 쟁점에 관해서는 의회가 충분히 명확하고 명시적인 승인을 해야 하며, 이런 승인 없이 행정부가 의회에서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판단하는 것인 맞지 않다는 것이다.



    대법관들은 판결문 다수의견에서 "명확하고 제한적인 권한 위임의 배경과는 대조적으로, 정부는 IEEPA가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무제한적인 관세를 부과하고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고 해석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관세 정책에 대한 대통령 권한의 변혁적인 확장을 의미한다"고 봤다. "따라서 대통령은 이 이례적인 권한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명확한 의회의 승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이유 4) "역사적인 전례의 부재"

    케케묵은 법률인 IEEPA를 가져와서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은 행위 자체가 이전에 그 어느 대통령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라는 점도 재판부의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이 "IEEPA가 제정된 지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어떠한 대통령도 이 법을 발동하여 관세를 부과한 적이 없다는 점은 현재 대통령이 주장하는 "권한의 광범위함과 결합된 '역사적 전례의 부재'"는 해당 관세가 대통령의 "합법적인 권한 범위(legitimate reach)"를 벗어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판결문은 적었다.

    "닉슨의 10% 관세부과는 합법이었다" 반론도 제시
    보수파로 분류되는 새뮤얼 알리토, 클래런스 토마스, 브렛 캐버너 대법관 3명은 위법하지 않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이들의 논리는 △닉슨 대통령이 1971년 IEEPA의 전신인 적성국교역법(TWEA)의 "수입 규제" 조항을 근거로 전 세계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했고, 이것이 항소법원에서 합법으로 인정받았던 점과 △역대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관세 권한을 광범위하게 행사해 왔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다수 의견이 우려하는 '전례없는 새로운 권력의 탈취'가 아니라는 점 △외교 안보영역의 특수성 등에 근거했다.

    트럼프 정부는 오전 10시45분 현재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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