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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와 안 맞아요"…여직원에 '망언' 쏟아낸 팀장의 최후 [김대영의 노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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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와 안 맞아요"…여직원에 '망언' 쏟아낸 팀장의 최후 [김대영의 노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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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프와) 성적 관계가 맞지 않아요." 회식을 마치고 인근 지하철역으로 가던 길, 같은 회사 팀장이 여성 팀원과 자신의 신혼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연애 때도 (와이프는) 관계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 돌연 "나는 스킨십을 좋아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여직원에게 '스킨십을 좋아하냐'고 물었고 "좋아하는 편"이란 답이 돌아오자 여직원 손을 잡아 깍지 낀 뒤 자신의 엉덩이 쪽으로 끌어당겼다. 갑작스러운 스킨십 시도에 여직원은 황급히 손을 뺐다.
    여직원에 "뒤태 남달라"…성희롱 4년 뒤 '신고'
    팀장 A씨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약 3년 뒤 점심식사를 하러 나가는 길에 같은 여직원에게 "같은 나이 또래의 다른 분들이랑 비교해서 몸매 관리를 잘하시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뒤태가 남다르다"며 "가끔 달라붙는 옷을 입고 오시면 20대 같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여직원 B씨는 약 7개월 뒤 회사에 성희롱 피해를 신고했다. 회사는 한 달 뒤 A씨에게 신고 내용에 관한 사실확인서 작성을 요청했다. A씨는 신고 내용을 부인하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했다.

    회사는 다시 약 6개월 뒤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A씨의 직장 내 성희롱이 심의 안건으로 다뤄졌다. 회사는 인사위를 거쳐 A씨에게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통보했다. A씨는 재심을 신청했지만 인사위 결정이 달라지지 않자 법원으로 향했다. 징계 처분이 위법한 만큼 이를 무효로 보고 감봉된 월급을 달라는 취지다.


    하지만 법원은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징계가 정당하다는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제42민사부(재판장 최누림)는 A씨가 낸 감봉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A씨가 배우자와의 성적 관계·스킨십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 B씨에게 손깍지를 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언어적·신체적 행위"란 판단이다.
    法 "성적 의도 없어도 직장 관계 고려하면 불쾌"
    B씨는 재판 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A씨 엉덩이에 손이 닿았는지 여부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단 접촉 사실은 성희롱을 인정하는 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B씨의 동료 증언도 징계 처분의 정당성을 뒷받침했다. 이 동료는 앞서 B씨에게서 피해 사실과 같은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고 진술했다. 점심식사 전 발생했던 성희롱과 관련해서도 당시 A씨가 B씨에게 한 발언을 직접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 동료는 또 A씨가 평소 '나이에 비해 ~하다'는 등의 발언을 종종 했다고 설명했다.

    A씨도 "나이에 비해 몸매 관리를 잘하신 것 같다"는 발언을 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B씨가 몸매 자랑을 해서 칭찬한 것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이에 관해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선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A씨와 B씨의 직장 내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이성의 몸매를 평가하는 발언은 상대방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으로서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4년 지나 신고, 징계 정당…"시효 정해 악용 막아야"
    B씨가 최초로 성희롱을 당한 지 수년 뒤에야 관련 사실을 신고했지만 징계 결정엔 변수가 되지 않았다. A씨도 인사위에서 관련 사안이 발생한 지 상당 기간이 지났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도 B씨가 관련 사안이 발생한 지 4년이 지난 시점에 신고한 데다 해당 발언 이후에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면서 피해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만약 회사가 시효를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면 징계 자체는 가능하다. 회사가 내부 규정 등을 통해 징계 시효를 정해놨고 해당 사안이 이를 넘겼다면 징계가 불가능하다.


    징계 시효는 통상 노동계에서 요구해 도입되는 사례가 많다. 회사가 징계권을 남용할 수 없도록 방지하려는 취지다. 징계 시효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기업은 10곳 중 2~3곳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도 조직 내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적정한 징계 시효를 정해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현 노무법인 시선 대표공인노무사는 "징계 시효는 징계권 남용을 막는 동시에, 제기 시점이 지나치게 늦어져 증거가 소실되고 사실관계가 흐려지는 문제를 예방한다"며 "직장 내 성희롱도 동일한 형평 기준 아래 두고 가능한 한 신속하게 문제를 제기·조사해 제도 악용과 장기 분쟁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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