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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읽는다고 촛불 훔칠 수 없다"…찰스1세까지 동원한 지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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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읽는다고 촛불 훔칠 수 없다"…찰스1세까지 동원한 지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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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습니다."


    한덕수, 이상민 재판부에 이어 지귀연 재판부도 12·3 계엄은 내란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군대를 동원해 의회를 해산했다가, 반역죄로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영국국왕 찰스 1세까지 언급했다.


    지 부장판사는 내란을 질타하며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내 기독교계에서 자주 인용되는 관용적 표현으로 목적이 좋더라도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행동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2023년 방영된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 대사로 등장했다. 한 고등학교에서 시험지 유출 사건이 발생했는데, 학교 교무부장이 주도해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집안이 좋은 학생 23명이 연루돼 있었다. 재판을 담당하는 부장판사(배우 이성민 분)의 아들이 이 사건에 연루됐다.



    주인공 판사(배우 김혜수 분)는 이 사건과 관련해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수단이 타락하면 목적 또한 오염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가 소년법을 개정하기 위해 정계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고, 이에 방해되지 않도록 아들에게 유리하게 재판을 진행하자 한 말이다.




    지 부장판사는 재판 초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권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당하는 가운데 술자리 접대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도 엄격한 소송 지휘보다는 피고인 측에 이끌려 다닌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결심공판 때도 피고인들의 '무제한 침대 변론'을 방치해 하루가 연장되는 일도 있었다.

    1년 내내 이어진 논란 끝에 지 부장판사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선고문을 낭독했다.



    내란죄를 인정하는 법리적 판단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로마 시대부터 중세, 영국 왕정사에 이르는 역사적 사례를 근거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찰스 1세는 반역죄 등으로 사형 선고받고 죽게 되는 일이 있었다. 왕이 국가에 대해 반역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가적 위기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계엄을 했다고 하더라도 국회 봉쇄를 수단 삼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비유적 표현을 들었다.

    이어 "대통령도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전제하고, 국회 권한을 침해했으면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반국가세력이나 다름없게 돼 버린 국회에 대한 국가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상과 신인도가 하락했고 결과적으로 지금 우리 사회가 정치적으로 양분돼 극강의 대립 상태를 겪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이 재판부가 보기에도 산정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피해라고 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위법한 계엄 선포부터 포고령 공포, 국회 봉쇄와 정치인 체포조 운용, 중앙선관위 점거와 서버 반출, 선관위 직원 체포 시도까지 이 모든 행위가 그 자체로 국헌 문란의 목적이 있는 폭동에 해당한다는 지적이었다.

    중앙지법에서 3년간 근무한 지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 선고를 끝으로 다음 주 서울북부지법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한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재판부의 판단을 문제 삼았다. 그는 재판장인 지 부장판사를 직접 언급하며 "세상 물정 모르고 국민 정서도 모르는 철딱서니 없는 판결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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