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 주가가 19일 강세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이 짙어진 영향이다. 중동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 수에즈운하가 다시 막히면 해상운임이 치솟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초 이후 주가 강세를 이어온 벌크선사에 더해 HMM 등 컨테이너 선사도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HMM은 5.83% 상승한 2만2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HMM 주가는 지난달 한 달 동안 2.44% 하락하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다가, 이달 들어서는 13.5% 상승했다.
이란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군사작전이 임박했다는 외신 보도가 전해지면서 HMM 주가를 밀어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상화 과정에 있는 수에즈운하가 도로 봉쇄돼 해상운임을 또 끌어 올릴 수 있어서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는 대다수 미국인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동 대전(a major war)에 가까워졌다"며 "전쟁이 곧 시작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군은 중동 지역에 항공모함 2척과 전투기 수백 대를 대거 전개하며 사실상 '전시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 역시 며칠 내 전쟁이 일어난다는 시나리오를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공격을 당하면 상선들의 수에즈운하 통과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수에즈운하로 들어가는 초입인 홍해를 끼고 있는 예멘의 후티반군의 친(親) 서방 국적의 선박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수 있어서다.
태평양과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운하를 이용하지 못하면 아시아에서 유럽을 향하는 선박들은 아프리카대륙을 돌아가야 한다. 이로 인해 운항 기간은 2주가량 늘어난다. 같은 화물을 운송하는 데 드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해상 운송 시장으로의 선복(화물을 실을 선박 내 공간) 공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은 오른다.
앞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도 해상운임이 고공행진한 바 있다. 후티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자 글로벌 선사들이 수에즈운하 이용을 포기하고 아프리카 최남단의 희망봉을 거치는 항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수에즈운하 운항 정상화 여부는 이미 올해 해상 컨테이너 운송 업황의 핵심 변수였다.
케네스 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한국 해양진흥공사·블룸버그가 공동 개최한 해상공급망 세미나에서 “수에즈운하 운항이 완전히 재개되면 세계 컨테이너 유효 선복이 5~8%포인트 증가할 수 있다”며 “이미 높은 수준의 선박 발주 잔량과 맞물려 운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상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3일 1251.46을 기록했다. 주간 단위로 발표되는 이 지수는 올해 들어 6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왔다. 연초 이후 낙폭은 24.44%에 달한다.
반면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건화물운임지수(BDI)는 반등하고 있다. 지난 18일 집계치는 2063으로, 올해 들어선 이후 저점인 지난달 15일(1532) 대비 34.66% 상승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한 달 동안 팬오션은 22.08%, 대한해운은 11.16% 상승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HMM 주식을 보유한 상당수 개인투자자는 손실 구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페이 내자산 서비스에 등록된 HMM 주주 2만3616명의 평균 매수단가는 2만7682원이다. 이날 종가 대비 18% 낮은 수준이다. 포털사이트 종목토론방에서 한 투자자는 “이번엔 전고점(2만6000원) 한번 가주는 것이냐”라며 기대 섞인 푸념을 했다.
HMM과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운임 상승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이날 해운주가 동반 상승했다. 팬오션은 8.86%, 대한해운은 9.7% 올랐다. 흥아해운(8.32%)과 KSS해운(6.13%) 등도 강세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