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이나생명은 지난 13일 금융위원회로부터 ‘AI 텔레마케터(TMR) 기반 보험 모집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받았다. 이 서비스는 라이나생명의 마케팅 수신을 동의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AI가 고객 접촉, 상품 소개, 가입 권유 단계를 직접 진행하는 구조다. 혁신금융서비스는 새로운 서비스가 기존 규제에 막혀 있을 때 금융당국 승인을 거쳐 시범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 장치를 전제로 규제 특례를 부여했다. 가입 권유 이후 단계인 설명 의무와 청약 절차는 AI가 아닌 전문상담원이 진행하도록 했다. AI TMR의 하루 최대 발신 건수는 2000건으로 제한했다. 서비스 대상은 상품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무)THE건강한치아보험V(갱신형)’으로 한정했다.
AI를 대(對)고객 영업에 직접 활용하는 건 라이나생명이 처음이다. 보험사들은 그간 보험금 지급 심사, 챗봇, 내부 직원 업무용 등에만 AI를 활용해 왔다. 라이나생명을 시작으로 다른 보험사도 영업에 AI를 결합한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는 다른 금융권과 비교해 AI 전환이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고객이 먼저 보험 가입을 문의하기보다 설계사를 통한 ‘푸시 영업’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비대면 영업 비중도 현저히 낮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장기보험의 비대면 가입 비중은 7.5%(2023년 기준)에 불과하다. 은행권 입·출금의 비대면 가입 비중이 95.4%에 달하는 것과 대조된다.
하지만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보험업권의 AX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AI 모집 서비스 출시를 기점으로 비대면을 선호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신규 유입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들도 AX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KB손해보험 등은 최근 AI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외부 인사를 잇달아 영입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오너 3세인 신중하 상무가 그룹 전체의 AX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일각에선 60만여 명에 달하는 설계사 인력과 보험사 영업 조직의 반발이 AX를 늦추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설계사 인력을 당장 대체하기보다는 영업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