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진행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 무기징역이 선고된 오후 4시께 서초동 일대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쏟아졌다. 발표 직후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허탈감을 나타내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진보단체 집회 참가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법원의 결정에 기쁨을 드러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보수단체 신자유연대, 자유대한국민연대 등 150여명이 서울중앙지법 인근에 모여 윤 전 대통령의 무죄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선고 결과를 듣고 "이게 말이 되느냐", "지귀연을 파면하라" 등을 곳곳에서 외쳤다.
보수 성향 유튜버 전한길 씨는 "비상계엄은 중대한 정치적 과업이었다"며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독재 타도"를 외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북을 치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진보단체 집회 참가자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초역 8번 출구 인근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에서 5000여명 규모로 신고한 집회를 진행했다. 주최 측은 "당연한 결과"라며 "사법부가 헌정 질서를 지켜냈다"고 평가했다. "내란 책임 엄정 처벌", "민주주의 수호" 등의 구호도 이어졌다.
집회에 참석한 60대 이모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역사적 오점을 남긴 중대 범죄를 저지른 만큼 사형이 선고되지 않은 건 아쉽다"면서도 "법원이 유죄로 판단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측 집회가 근접해 열리면서 경찰은 대규모 경력을 투입해 충돌 차단에 나섰다. 기동대 16개 부대, 약 1000명이 배치됐다. 서울중앙지법 정문과 동문, 서초동 정곡빌딩 앞 등에 질서 유지선을 설치했고, 법원 안팎에는 경찰버스를 배치해 차벽을 세웠다.
법원삼거리에서 서울중앙지법·서울중앙지검으로 이어지는 주요 동선은 안전 펜스로 차단됐고, 횡단보도마다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일반 차량과 보행자의 통행이 일부 제한됐다. 이 여파로 반포대교 방면 차량 흐름이 지체되는 등 일대 교통 혼잡도 빚어졌다.
이날 서울 곳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장기간 이어진 정치적 대립을 끝내고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에 집중해 달라고 정치권에 주문했다.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최지우 씨는 "고환율 여파로 수입 물가가 뛰어서 장사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제는 정치 공방을 이어가기보다 체감할 수 있는 경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무엇보다 바라는 것은 '통합의 리더십'이기도 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을 거치며 정치권과 사회 전반이 극심하게 양분된 만큼,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묶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50대 직장인 정모씨는 "회사에서도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가 금방 얼어붙는다"며 "계엄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가리는 문제와 별개로 정치권이 사회 통합을 위한 메시지와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진/김다빈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