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은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원청뿐 아니라 지주회사, 모회사 역시 하청노조 또는 계열사·자회사 노조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하청노조의 교섭요구가 있을 경우 즉시 교섭요구사실 공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시점에서 비로소 실질적 지배력 여부를 검토할 시간은 없다. 따라서 현재의 계약 구조와 실제 운영 실태를 기준으로 ▲업무지휘 관여 정도 ▲인사·평가 영향력 ▲예산·인력 운영 통제 여부 등을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지배력을 완화하는 구조 개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동시에 교섭 요구에 대한 기본 방침을 사전에 정립할 필요가 있다. 즉 교섭에 응할지 여부, 교섭에 응한다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개별교섭·교섭단위분리 중 어떤 절차를 선택할지,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법적 분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하청노조의 쟁의행위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여 대체인력 운용 가능 범위, 필수유지업무 해당 여부 등을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도급 구조 전반의 합법성 점검과 함께 협력사가 독자적으로 노사문제를 관리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지원 체계도 필요하다.
노란봉투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포함됐다. 그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지는 향후 해석과 판례에 의해 구체화되겠지만 기업은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경영상 의사결정 항목을 사전에 분류·점검해야 한다. 기존 단체협약상 평화의무 조항을 정비하고 단체협약에 과도하게 편입된 취업규칙 사항을 재정리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단체협약 문언은 향후 쟁의의 정당성 판단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또 분쟁이 공식적인 쟁의행위로 비화되기 전에 해결할 수 있도록 고충처리 절차, 노사협의회, 사전 협의 채널을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사전적 갈등 관리 체계가 곧 분쟁 예방 전략이다.
노란봉투법은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되 조합원 개별 기여도에 따라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입증 부담을 실질적으로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위법행위 유형별 증거 확보 절차 ▲영상·출입기록 등 채증 체계 ▲현장 대응 매뉴얼을 고도화해야 한다.
불법행위 발생 시 즉시 가동할 수 있는 전담 대응팀을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영업손실, 고정비, 납기 지연에 따른 손해 등을 객관적으로 산정·증명할 수 있도록 회계 데이터 관리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손해의 발생 및 인과관계를 구조적으로 입증할 준비 없이는 소송 전략 역시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번 개정은 노사관계를 법률 이슈에 한정하지 않고 ESG, 투자자 관계, 평판 리스크와 연결시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법무·인사 부서 차원을 넘어 이사회 보고 체계, 위기 대응 커뮤니케이션 전략까지 포함한 통합적 관리가 요구된다. 법과 원칙에 기반한 대응 체계를 사전에 설계하고 투명한 소통 구조를 구축한 기업만이 분쟁 비용을 통제할 수 있다. 준비 여부에 따라 그 이후의 비용 구조와 노사관계의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이 구조를 점검하고 전략을 재설계할 마지막 시점이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