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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욕 증시를 덮친 이른바 '사스포칼립스(SaaS+Apocalypse)' 공포로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출렁였다. 사스포칼립스는 고도화된 인공지능(AI)이 기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산업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뜻하는 신조어다. 하지만 JP모간은 이번 소프트웨어주 폭락을 '비이성적 매도'로 규정했다. 오히려 AI 공세에 끄떡없는 우량 종목을 저가에 주워 담을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AI 수혜 소프트웨어 업종 주목"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S&P500 소프트웨어 지수는 올해 들어 17% 넘게 하락했다. 앤스로픽이 기업용 AI 도구인 클로드코워크를 공개한 이후 'AI가 SaaS를 대체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해서다. 이 같은 공포 심리는 주가에 바로 반영됐다. 세계 최대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기업인 세일즈포스는 연초 이후 26% 가까이 하락했고,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 서비스나우 주가도 같은 기간 26% 넘게 빠졌다. 한때 12%에 달했던 S&P500 내 소프트웨어 업종 비중도 순식간에 8.4%로 쪼그라들었다.

전통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손절 대상'으로 지목된 가운데 JP모간은 이번 급락장을 '비이성적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AI가 소프트웨어 산업을 전면 붕괴시키는 게 아니라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 가깝다는 것이다. 단순한 기능 중심의 소프트웨어는 압박받겠지만, 플랫폼·인프라·데이터를 장악한 기업은 오히려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게 JP모간의 설명이다.
JP모간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번 폭락장에 담아야 할 'AI 내성(Resilient)' 종목 19개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팔로알토네트웍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등 사이버 보안 관련주가 대거 포함됐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이버 공격 역시 정교해지는 만큼 보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스노우플레이크 같은 데이터 플랫폼이나 비바시스템즈 등 산업 특화 소프트웨어 기업도 명단에 올랐다. AI가 방대한 데이터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데이터 인프라를 보유한 기업의 전략적인 가치가 높아진다는 논리다.

◆실적 전망 발표 후 반등 가능성
특히 JP모간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크라우드스트라이크에 주목했다. AI 확산 국면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구조적 해자(Moat)를 갖췄다는 판단에서다. JP모간은 "이들 기업은 AI로 기존 업무 흐름이 위협받기보다는 오히려 생산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며 "장기적인 기업 계약과 높은 전환 비용이 단기 변동성에 대한 완충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와 오피스365 생태계에 코파일럿(Copilot)을 탑재해 AI를 수익화하고 있다. 클라우드 인프라인 애저(Azure)를 통해 AI 연산 수요 증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구조도 갖췄다. AI에 밀리는 기업이 아닌, AI의 판을 깔아주는 플랫폼 기업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사이버 보안 분야의 대표 종목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역시 최근 주가가 조정됐지만 펀더멘털(기초체력) 자체는 견조하다는 분석이다. 해커들이 AI를 활용해 공격을 고도화할수록 더 강력한 방어 기술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탐지 역량과 다년 계약 중심의 구독 모델이 실적을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조정장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JP모간은 "향후 예정된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인베스터 데이가 비관론에 대한 경영진의 반박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발표에서 AI 매출 기여도와 매출 전망치 등이 공개될 경우 주가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분위기 반전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글로벌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피그마는 전년 대비 매출이 40% 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피그마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5% 넘게 급등했다. 피그마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딜런 필드는 "소프트웨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업계의 경쟁이 AI 출현으로 더욱 치열해지겠지만, 전체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