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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원 쏟아부었는데, 내 거 아니라고?…"죽어서도 못 준다" [글로벌 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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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원 쏟아부었는데, 내 거 아니라고?…"죽어서도 못 준다" [글로벌 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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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디지털 자산 소유권 두고 업체와 소비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가 관련 플랫폼에서 구입한 게임의 실제 소유권에 대해 논란이 촉발되면서다. 기업은 소유권이 아닌 이용권(라이선스)을 소비자가 구매했다고 맞선다. 다른 디지털 자산까지 관련 논란이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커지는 디지털 콘텐츠 소유권 논란
    2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디지털 상품의 소유권 오인을 방지하는 '디지털 상품 라이선스 명시법'이 전면 시행했다. 그동안 소비자가 구입한 온라인 게임 등 디지털 제품의 소유권에 대한 논란을 커지면서다.


    그동안 소비자는 스팀,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아마존 킨들 등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에서 게임, 영화, 전자책, 음원 등을 소비해왔다. 대부분 소비자는 과거 오프라인 상점에서 종이책이나 플라스틱 패키지 게임을 구매했을 때와 동일한 배타적이고 영구적인 '소유권'을 획득했다고 생각했다.

    아날로그 시대의 실물 자산은 '최초 판매 원칙'이나 '권리 소진의 원칙'에 따라 구매 즉시 저작권자의 배포권이 소진된다. 구매자가 이를 자유롭게 타인에게 중고로 재판매하거나 유족에게 상속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로 보장됐다.


    하지만 디지털 공간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고도로 정교하게 설계된 '이용 약관'을 앞세워 소비자의 권리를 제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최대의 PC 게임 플랫폼 스팀의 약관이 대표적이다. 작년 9월 업데이트된 해당 약관에 따르면 "콘텐츠와 서비스는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라이선스가 부여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해당 약관은 '당신의 라이선스는 어떠한 소유권이나 권원도 부여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플랫폼의 명시적 사전 승인 없는 계정의 양도, 대여, 재판매, 상속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소비자가 평생에 걸쳐 수만 달러를 지불하며 수백 개의 게임을 구매해도 사망하거나 약관 위반으로 계정이 정지되면 해당 게임을 이용할 수 없다.

    이런 논란에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디지털 상품 라이선스 명시법'을 시행한 것이다. 이 법안은 디지털 스토어가 소비자에게 영구적 소유권을 제공하는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기만적 광고(False Advertising)를 겨냥했다. 법안에 따라 오프라인 접근이 영구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디지털 재화에 대해 '구매'나 '구입'이라는 소유를 암시하는 단어의 단독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했다.



    주요 플랫폼들은 결제 화면에 '이 거래는 소유권 이전이 아닌 디지털 라이선스에 대한 제한적 접근 권한만을 부여합니다'라는 사실을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고지하거나, 소비자의 '명시적 확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실물 경제 위협하는 디지털 생태계
    플랫폼에 종속된 자산의 규모는 실물 경제를 위협할 수준으로 커졌다. 글로벌 게임 시장 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게임 시장의 총매출은 1970억 달러에 달했다. 전년 대비 7.5% 성장했다. 이 시장의 50% 이상이 디지털 다운로드와 인앱 결제를 통해 발생한다.

    게임 플랫폼 데이터 분석 사이트인 스팀디비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기준 스팀의 동시 접속자 수는 4204만 2778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주의 톈이 구 수석 애널리스트는 "2025년 글로벌 게임 시장은 1970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규모에 도달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정점에 섰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디지털 자산에 대한 사후 관리는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자산관리 및 신탁 전문 금융기관 '브린 모어 트러스트'가 2024년에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추정하는 본인 보유 디지털 자산의 평균 가치는 19만 1516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76%는 사후 디지털 자산 처리를 위한 '디지털 유산 계획'에 대해 "지식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고 응답했다.

    문서화된 유언장을 작성한 사람 중에서도 디지털 자산에 대한 처리 의사를 명시한 비율은 53%에 불과했다. 브린 모어 트러스트의 제이미 홉킨스 수석 임원은 "우리의 일상과 경제 활동의 무게 중심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하며 의존도는 비약적으로 커졌지만, 정작 이 막대한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승계할지에 대한 대중의 익숙함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 역시 법적 책임과 얽힌 프라이버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소극적이다. 애플은 유족이 사망한 사용자의 계정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유산 연락처' 제도를 운영 중이다. 상속인은 엄격한 인증 절차를 거쳐 최대 3년간 고인의 사진이나 연락처 등에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의 공식 지원 문서에 따르면, 유산 연락처로 지정 돼도 고인이 생전 유료로 구매한 영화, 음악, 도서 등 '라이선스 미디어'와 인앱 결제 항목에는 원천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글 역시 '비활성 계정 관리자'를 통해 휴면 계정의 일부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하지만, 유료 구매 콘텐츠의 소유권을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장치는 마련하지 않았다.

    이런 소비자의 불만에 영국 정부도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의회는 '디지털 자산 등 재산법'을 최종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무형의 가상자산이나 특정 디지털 데이터가 기존 영국 관습법이 규정하던 물리적 '점유물'이나 '채권적 권리'에 완벽히 부합하지 않아도, 이를 '제3의 범주'로 개인 재산권의 객체로 취급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디지털 자산의 완전한 소유권 인정과 2차 재판매 시장의 합법화'에 대해 찬반이 여전히 맞선다. 소비자 권리 옹호 단체들은 실물 경제에서 중고차나 헌책을 자유롭게 처분하듯 디지털 재화 역시 소비자의 정당한 처분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개발사와 플랫폼 기업들은 이를 '산업의 근간을 파괴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디지털 콘텐츠 소유권 제한 목소리도
    이런 대립은 물리적 재화와 디지털 재화가 지닌 매체적, 경제적 특성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오프라인의 전통적 자산은 시간이 지나면서 필연적으로 마모되고 훼손되며, 복제를 위해서는 큰 비용이 투입된다. 중고품은 신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져 자연스럽게 가격이 차등화된다. 1차 시장과 2차 시장이 공존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파일은 아무리 여러 번 다운로드하고 수천 시간을 구동해도 물리적 마모가 발생하지 않는다. 복제 및 전송 비용은 '0'에 가깝다. 중고 파일이지만 원본 신제품과 100% 동일한 완벽한 품질을 영구적으로 유지한다.

    일부 창작자 단체들은 바로 이 지점을 치명적인 위협으로 지목한다. 만약 70달러짜리 AAA급 대작 게임이 출시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완벽한 품질의 중고 매물로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면, 소비자는 정가를 지불하고 신제품을 구매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는 개발사의 1차 판매 수익을 즉각적으로 잠식해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신규 콘텐츠 개발 재원을 고갈시키고, 글로벌 창작 생태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다. .

    이런 산업 보호의 논리는 사법부의 엇갈린 판결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2012년 유럽사법재판소가 '유즈드소프트(UsedSoft)' 판결을 통해 다운로드형 컴퓨터 프로그램의 배포권 소진을 예외적으로 인정했다. 당시 디지털 중고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 판례는 모든 디지털 콘텐츠로 무한정 확장되지 않았다. 유럽사법재판소는 2019년 이른바 '톰 카비네' 사건에서 전자책의 제공은 단순한 배포가 아닌 일명 '공중송신'의 연장선에 해당하므로 권리 소진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2024년 프랑스 최고법원은 프랑스 소비자단체가 밸브를 상대로 "스팀의 디지털 게임 재판매 및 계정 양도 금지 약관은 불공정하다"며 제기한 10년에 걸친 소송에서 밸브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재판부는 "비디오 게임이 단순한 컴퓨터 코드로 이루어진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영상, 사운드, 스토리, 그래픽 등 고도의 창작적 요소가 결합한 '복합 저작물'"이라며 "게임은 소프트웨어 지침이 아닌 일반 저작권 지침의 적용을 받으며, 결과적으로 배포권 소진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디지털 재판매는 불허된다"고 판시했다.

    디지털 소유권 논쟁은 거시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 수십억 명 소비자가 구입한 디지털 콘텐츠는 '죽은 자본'이라는 지적도 있다. 소유권이 모호하고 처분권은 제한돼 실물 경제에서 어떤 금융적 담보 가치나 교환 가치로 활용될 수 없는 상태로 굳어버린 자본이라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이런 '죽은 자산'의 누적 규모는 1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2차 시장(중고 재판매 시장)의 빗장이 풀린다면 거시경제에는 큰 파급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디지털 게임이나 전자책을 처분해 현금화하고, 이를 새로운 소비 지출로 전환하게 되면 통화의 유통 속도가 급격히 상승할 것이다. 이는 가처분 소득 증가에 따른 민간 소비 활성화로 이어져 장기적인 디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할 수도 있다.



    '죽은 자본'이 개인의 재산으로 양성화되면 정부와 조세 당국도 바쁘게 움직일 전망이다. 디지털 구매품이 재산권으로 편입되면 국세청은 이를 상속세, 증여세, 부가가치세의 과세 표준으로 산정해야 한다. 이를 추적하고 평가할 과세 인프라가 부족해 논란이 커질 수 있다. 국경이 없는 클라우드 서버에 존재하는 디지털 콘텐츠의 가치를 따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글로벌 디지털 자산 규범의 변화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한국 게임산업 총매출액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22조 9642억 원에 달했다. 수출액은 83억 9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24년 한국 웹툰 산업 매출은 2조 2856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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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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