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19일 11:1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애경산업 경영권 인수 마무리를 앞두고 태광산업 컨소시엄의 자금 조달 계획이 삐걱거리고 있다. 컨소시엄의 한 축이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을 보유한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가 펀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태광산업 컨소시엄이 '2080 치약 리콜' 사태를 빌미로 인수 가격 인하 등을 요구하며 잔금 납입 일정을 미룬 것도 결국 자금 조달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과 태광산업 컨소시엄은 당초 이날 마무리하기로 했던 애경산업 경영권 매각 거래의 종결 시점을 다음달로 미루기로 했다. 태광산업 컨소시엄이 2080 치약 리콜 사태를 빌미로 가격 인하 등 세부 거래 조건 변경을 요구한 게 거래 종결 지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애경그룹은 태광산업 컨소시엄의 가격 인하 요구를 일부 수용했지만 거래 가격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벌어져 있는 상황이다.
태광산업 컨소시엄이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건 거래 종결 시점을 미뤄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이 짙다. 컨소시엄에서 문제가 된 건 티투PE다. 2024년 말 설립된 티투PE는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인수 자금의 절반을 책임지기로 했지만 별다른 트랙 레코드가 없다 보니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기관투자가들은 이번 거래가 편법 승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티투PE는 이 전 회장의 자녀인 이현준 씨와 이한나 씨가 각각 지분을 9%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이현준 씨가 지분 11.3%를 갖고 있는 태광그룹 비상장 계열사 티시스도 티투PE 지분 41%를 보유 중이다. 티투PE는 투자 기간 동안 관리보수를 챙기며, 태광산업이 향후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행사해 지분을 사가면 성과보수까지 가져갈 수 있다. 태광산업이 티투PE를 포함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이 전 회장의 자녀들에게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구조다.
태광산업은 애경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때부터 티투PE를 위해 딜 구조를 설계했다. 지난해 10월 SPA를 체결한 양측은 딜 종결 시점은 4개월여 뒤인 올해 2월로 잡았다. 태광산업은 자금 납입 일정을 뒤로 미루는 대신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등 애경산업의 대주주에게 2115억원을 빌려줬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애경그룹은 태광산업에서 빌린 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고, 티투PE는 펀딩을 할 시간을 벌었다.
티투PE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태광산업 컨소시엄이 거래를 종결하는 데 큰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태광산업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조2033억원에 달한다. 태광산업이 티투PE 대신 인수 자금을 더 부담하거나, 태광산업이 티투PE에 부족한 자금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인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전자의 경우 이 전 회장의 자녀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줄어들고, 후자의 경우 편법 승계 의혹이 더 짙어질 우려가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태광산업은 당초 티투PE에 직접 자금을 출자하는 방안을 고민했으나 편법 승계 의혹이 불거지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시작부터 비정상적이었던 딜 구조 자체가 결국 거래 종결을 앞두고 문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