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오세용)는 업무상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 메디콕스 부회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2억원을 선고하고 4억28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박모 부회장에게는 징역 4년과 벌금 1억원, 6200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가족과 지인 등을 직원으로 허위로 올려 법인카드를 받는 방법으로 이들과 함께 최대 2억9000만원 상당의 법인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임직원 5명에게는 징역 10개월~1년6개월에 집행유예 2~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장 가능성 있는 회사를 인수해 보유 자금을 빼돌려 빈 껍데기로 만드는 ‘기업사냥’의 일환으로 이뤄진 범행”이라며 “일반 주주와 투자자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는 등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한 죄책이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반도체 검사 장비 제조사 제이앤케이인더스트리(옛 에이아이비트)와 신약 개발 업체 메디콕스를 무자본으로 잇달아 인수한 뒤 약 520억원의 법인 자금을 빼돌려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 일당은 회사 인수를 위한 단기 자금을 사채업자를 통해 조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범행으로 제이앤케이인더스트리는 2021년 10월 상장폐지됐고, 메디콕스는 거래정지 상태로 상장폐지 심사 중이다. 이들은 또 메디콕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대금이 부족하자 2021년 11월 부동산 시행사 주식을 무상으로 양도받고도 이를 50억원에 매수한 것처럼 허위 공시한 혐의도 받는다. 같은 부동산 시행업체의 전환사채 50억원을 인수해 메디콕스에 손해를 끼치고, 이에 대한 대가로 20억원을 돌려받아 나눠 가진 혐의도 있다.
주범으로 꼽히는 메디콕스 회장 2명은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응하고 달아났지만, 그중 한 명인 박모 회장은 지난해 11월 경기 광주시의 한 골프장에서 검거돼 구속됐다. 검찰은 기소 중지 상태로 지명수배 중인 다른 회장의 소재도 조속히 파악해 법정에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