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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빨뚜 가져와" 콸콸…SK 직원들과 '치맥 파티' [김인엽의 퓨처 디스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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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빨뚜 가져와" 콸콸…SK 직원들과 '치맥 파티' [김인엽의 퓨처 디스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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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는 설 연휴가 막 시작된 지난 14일(현지시간). 주말을 맞아 미국 샌타클래라 99치킨에 저녁을 먹으러 온 손님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깜짝 등장하면서다. 최근 이곳에 황 CEO가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반도체학과 학부생 강 모씨(20)는 "평생 운을 오늘 다 썼다"라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해가 채 지지 않은 오후 5시20분께 등장한 황 CEO는 짧은 기장의 자켓과 상하의를 '올 블랙'으로 맞춘 특유의 옷차림이었다. 중요 행사에서 늘 입는 그의 트레이드마크 '가죽 자켓' 대신 편안한 소재의 자켓을 걸쳤다.


    황 CEO는 이날 저녁에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각각 17명씩을 초대했다. 같은 자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임원진과 '치맥 회동'을 한지 9일만이다. 최 회장과의 치맥 저녁이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한 황 CEO가 다시 자리를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CEO는 놀란 손님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악수를 나눴다. 그러면서 "오늘 여기서 K팝 공연이라도 열리는 거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한국 치킨 기업이 상장돼있다고 들었다. 한국 치킨 주가가 오르겠다"며 좌중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손님들의 악수와 사진 촬영 요청에 일일이 응해주며 식사를 시작하기까지 한참 걸렸다.

    황 CEO가 주문한 메뉴는 양념·마늘간장·허니갈릭·후라이드치킨 4종류. 여기에 한국식 맥주와 이른바 '빨뚜(빨간 뚜껑)'라고 불리는 도수 높은 소주가 테이블에 올랐다.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인 만큼 황 CEO는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이끌어갔다. '텐부처스' '옳소' 등 자주 찾는 현지 한국식 고기집 이름들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압권은 황 CEO의 능숙한 '소맥' 실력이었다. 그는 2시간 가량 식사하는 중에도 여러 차례 일어나 한 손에 소주, 다른 손에 맥주를 들고 테이블을 돌아다녔다. 손님들의 비어있는 잔을 채우며 "치킨 좋아하시냐. 누가 치킨을 싫어하겠느냐"고 했다.




    깜짝 생일 파티도 치러졌다. 17일인 황 CEO의 생일을 사흘 앞두고 99치킨 제임스 손 대표가 생일 케이크를 미리 준비했다. 황 CEO는 연신 감사의 뜻을 전하며 99치킨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들고 기념 사진을 남겼다. 2시간에 걸친 저녁 자리를 마무리한 황 CEO는 기념촬영 순간까지도 "누가 (사진을 찍을) 삼성 갤럭시폰을 갖고 있느냐"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사진 찍으니 백인은 물러나라"며 직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황 CEO가 이날 만찬을 주재한 것은 SK하이닉스가 가진 메모리가 엔비디아가 AI칩의 성능을 좌우할 변수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곧 내놓을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엔비디아 차세대 AI 칩 ‘베라 루빈’의 연산 병목을 해결하고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열쇠로 본다. 황 CEO는 만찬 종료 직전 건배사를 통해 “(HBM4와 베라 루빈) 개발 일정이 빡빡하다는 것은 알지만, 여러분을 믿는다”며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를 믿고, 함께 위대함을 보여줄 때”라고 강조했다.




    저녁이 끝난 후 귀가하려는 황 CEO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인터뷰 요청에도 "마음껏 물어보라"며 흔쾌히 응했다. 오히려 질문이 끊기자 "그게 다야? 금요일 밤까지 나를 쫓아다니면서 이게 전부냐"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황 CEO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이번 만남은 어떤 의미인가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를 축하하기 위한 자리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의 메모리 팀이니까. 우리가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나? 기웃거리고(Snoop around) 다니는구나(웃음). 우리가 여기 있는 건 함께 놀라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훌륭한 파트너다. 베라 루빈과 SK하이닉스의 HBM4는 정말 큰 도전이었다. 이 팀은 정말 열심히 일했고, 소주와 치킨을 즐기며 멋진 저녁을 보낼 자격이 있다."

    ▶SK하이닉스 HBM4가 베라 루빈에 탑재되는 게 확정적이라고 봐도 되나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는 매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의 동맹은 더욱 공고해지는건가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는 거대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에 일어난 최고의 일이었다. 토니(최 회장의 영어 이름)도 그 말이 맞다고 할 거다. 우리는 훌륭한 파트너십과 우정을 가지고 있다. 오랜 시간 함께 일해왔다. 오늘 밤 보다시피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의 엔지니어 모두가 하나의 거대한 팀이다. 훌륭한 우정이며 모두가 함께 열심히 일하고 있다."

    ▶지금 당장 메모리가 엔비디아 칩 제작의 가장 큰 병목인가
    "우리는 세상이 본 적 없는 가장 복잡한 컴퓨터를 만들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칩이 여섯 개나 들어간다. 새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네트워킹 칩, 스위치 두 개, 데이터 처리 시스템,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HBM4 메모리. 모든 게 기술의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쉬운 건 없지만, 이런 팀(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이 모이면 불가능한 건 없다."



    ▶오픈AI·앤스로픽 등 AI 모델 기업 투자를 늘릴 계획인가
    "AI는 단순히 모델만이 아니다. 하나의 전체 산업이다. 에너지, 반도체, 컴퓨터, 인프라, 클라우드 서비스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유형의 AI 모델들, 그리고 그 위에 구축되는 어플리케이션까지 포함된다. 엔비디아는 이 모든 계층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는 훌륭한 파트너들과 정말 정말 놀라운 스타트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전체 스택에 걸쳐 투자하고 있다."

    ▶AI 버블 우려도 있다
    "AI 버블 같은 건 없다. 이건 역사상 가장 큰 인프라 구축의 시작이다. 당신을 지켜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엔비디아·SK하이닉스 직원들)을 봐라. 이건 역사상 가장 큰 인프라 구축이다. 우리는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을 뿐이다. 우리는 수백억 달러에서 수십 조 달러에 이르는 미래 투자의 시작점에 있고,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에게는 삼성같은 경쟁사도 있는데
    "위대한 것들을 만드는 위대한 기업은 훌륭한 경쟁을 하게 될 거다. 그리고 훌륭한 기업들은 훌륭한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에겐 많은 경쟁자가 있다. SK하이닉스도 경쟁을 한다. 우리는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경쟁이 없다는 게 오히려 걱정 아닐까. 경쟁이 없는 곳에는 결국 시장도 없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경쟁을 사랑한다. 들어오라고(Bring it on)!"

    ▶GTC에서는 무엇을 기대하면 될까
    "지금 다 말해버리면 누가 GTC에 오겠어? (웃음) 발표할 큰 소식이 몇 가지 있다. 우리가 발표할 새로운 칩도 몇 가지 있다. 세상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칩들이다. 우리가 아주 새로운 칩을 준비했다. 신제품도 있다. 새로운 파트너도 있다. 우리가 진출할 새로운 산업도 있고, 세상에 선보일 새로운 기술도 있다. 모든 게 완전히 새로울 거다. 이번 GTC는 정말 대단할 거다. 놓치지 마라. 오늘 밤에 인터뷰 해줬으니까, (99치킨에) 치킨 좀 사야 할 거다(웃음)."



    시간이 부족해 미처 질문하진 못했지만, 황 CEO가 열흘 안에 같은 치킨집을 두 번이나 찾은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방한 당시에도 "99치킨은 미국에서 가장 맛있는 치킨집"이라고 치켜세웠다. 제임스 손 99치킨 대표는 "과거 황 CEO가 용산 전자상가에서 영업할 때 치킨을 먹은 기억이 있어서 옛날 스타일 통닭을 좋아하는 것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지금은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의 대표이지만, 황 CEO가 1990년대 중반 용산 전자상가를 돌아다니며 게임용 지포스 그래픽카드를 홍보하고 다녔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당시 PC방 열풍이 e스포츠 문화로 번지며 엔비디아는 어려움을 딛고 게이밍 시장을 기반으로 사세를 키울 수 있었다. 그에게 치킨은 '한국'하면 떠오르는 맛이자 창업 초의 고난을 떠올리게 하는 맛 아닐까.

    아홉 살에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황 CEO는 패밀리 레스토랑 데니스(Denny's)에서 접시를 닦으며 곤궁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AI라는 역사의 물결을 만들어낸 그는 지금도 "이 회사는 언제든 30일 내에 망할 수 있다"는 절박함을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경호원 한 명만 대동하고 소탈하게 손님들을 대하던 그의 모습을 보며 "젠슨 황이 살아있는 한 엔비디아 경쟁사에 투자하지 않는다"던 한 벤처투자자의 말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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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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