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가장 핫한 글로벌 뉴스는 역시 ‘트럼프발’이다. 미국 정부가 온실가스 규제 근거가 되는 ‘위해성 판단’을 종료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연방정부 차원의 온실가스 규제가 폐지됐다. 진영 간 입장 또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규제 혁파”와 “미국 역사상 최대의 기후정책 퇴행”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온실가스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는 일관적이다. 지난해 1월 취임 일성으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국 에너지 해방’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미국 내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생산을 가로막는 규제 완화로 생산을 극대화해 에너지 가격을 인하하고, 저렴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미국 제조업 경쟁력 향상 및 석유 기반 패권을 재확립하겠다는 논리다. 트럼프는 그동안 화석연료를 죄악시하는 온실가스 규제 및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정책을 ‘hoax’(사기) 또는 ‘green scam’(녹색 사기)이라고 불러왔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녹색 가면’의 기획자, 중국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극단·선동적 어법으로 그의 말이 궤변으로 치부되는 사례가 왕왕 있지만 녹색 사기론은 나름의 설득력을 갖고 있다.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 중국의 아킬레스건은 석유다. 70%를 넘는 수입 의존도는 물론이고 상당수가 미국 해군이 통제하는 믈라카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해협 봉쇄 시 중국이 멈춰버릴 수 있다는 ‘믈라카 딜레마’는 공산당 지도부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다. 이런 취약한 에너지 패권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고안된 전략이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다. 중국 정부의 천문학적 보조금을 바탕으로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전기차·배터리에 대대적 투자가 이뤄졌다. 그 결과 세계 태양광 패널의 70% 이상, 세계 상위 10개 전기차 기업 중 7개, 세계 풍력 터빈 기업 1~3위를 중국이 휩쓸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얼마나 ‘청정 국가’가 됐을까. 실상은 세계 최대 오염국 역시 중국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30%를 뿜어내는 압도적 1위의 탄소 배출국이다. 미국과 유럽을 합한 양보다 훨씬 많다. 중국은 가장 저렴하면서 환경오염도 가장 심한 석탄 화력발전소를 24시간 풀가동한다. 작년 한 해만도 1기가와트(GW)급 대형 석탄 화력발전소 80개가 시운전에 들어갔다. 최근 10년 중 최대 수준이다. 헐값 전력으로 만든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등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환경 규제로 생산단가가 높은 유럽 등의 신재생에너지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중국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주 고객인 유럽은 산업 경쟁력을 상실했다. 급격한 녹색에너지 전환에 따른 인프라 투자 부담과 낮은 에너지 효율 탓에 유럽연합(EU)의 산업용 전기료는 미국보다 두 배 비싸다. 독일 바스프의 생산 설비 해외 이전, 폭스바겐의 공장 폐쇄, 아일랜드의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 등의 핵심 원인은 모두 비싼 전기료에 있다. 트럼프 말대로 2008년까지만 해도 EU 전체 경제 규모가 미국보다 컸지만 지금은 미국에 30% 차이로 역전된 것의 결정적 원인은 바로 양측의 상반된 에너지 정책에 기인한다.
석유 패권을 추구하는 미국과 신재생에너지로 판도 변화를 꾀한 중국의 기조는 엇갈린 듯 보이지만 실은 큰 공통점이 있다. 에너지 이념이 아니라 각자의 패권 구도에 가장 유리한 현실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셰일 혁명 후 세계 최대 산유국이라는 경쟁력 발판에서 ‘드릴, 베이비, 드릴’을 외치는 한편 베네수엘라의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 처리로 대중국 석유 공급망 압박의 큰 퍼즐까지 맞췄다. ‘페트로달러’를 깨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전략을 택한 중국은 한계를 느끼자 지금은 자체 석유 개발을 위해 총력전에 들어갔다.
국가 에너지 정책의 근본은 기존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원전 강국 프랑스는 원전 비중 70%로 유럽에서 전기료가 두 번째로 저렴하다. 우리 역시 세계 최강급 경쟁력인 원전에 확실히 무게중심을 둔 상태에서 점진적 에너지믹스를 해야 한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것은 환경론자의 무책임한 요구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독일은 녹색운동에 휩쓸려 원전 포기의 후과를 단단히 치르고 있다. 미국이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능력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것도 빌 클린턴 때 환경단체 압박에 굴복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