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 외로 성공한 스타트업의 창업 스토리 첫 페이지는 돈을 왕창 벌겠다는 다짐이 아니다. ‘살면서 불편했던 점을 해결하자’ 는 계기가 많다. 중고 패션앱 ‘차란’을 운영하는 마인이스 창업자 김혜성 대표(사진)도 마찬가지다. 그가 연쇄 창업가로 접어든 계기였다.
김 대표는 지난 13일 “남이 입었던 옷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거부감이 크게 사라진 것이 성장 원인”이라며 “개인 간 패션 직거래 시장을 열고, 여성 의류에서 남성과 영유아 의류까지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마인이스는 2022년 창업했다. 옷장에 있는 옷을 백에 담아 집 앞에 내놓으면 의류 수거, 살균 처리, 촬영,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대행하는 서비스로 주목받았다. 스타트업 투자가 위축된 지난해에도 168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액은 328억원에 달한다. 투자금은 의류를 수거해 검수하고 상품화하는 거점인 경기 남양주 공장을 짓고 확장하는 데 긴요하게 쓰였다. 요즘은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의류 검수가 크게 고도화됐다.
김 대표는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졸업 후 KTB네트워크(현 우리벤처파트너스)에서 4년 넘게 투자심사역으로 일했다. 인생 첫 창업은 미국 유학생 시절에 이뤄졌다. 그는 “리포트를 출력하는 데 장당 가격이 너무 비싸 대학생마다 한 달에 수백달러를 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문서 여백에 광고를 삽입하는 대신 무료로 출력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는 “전자 문서 확산, 광고주의 온라인 시장 선호 등 시대 변화로 폐업하게 됐지만 이후 창업에 큰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두 번째 창업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뤄졌다. 내가 입던 옷을 팔기 위해 직접 사진을 찍어 상세 설명을 올리고 배송까지 하는 불편함을 없애겠다는 목표였다. 자원 낭비가 심한 패션산업에서 재사용을 촉진해 환경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중고 의류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살균과 검수를 철저히 했다.
올해는 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지난달부터 개인 간 직거래(C2C) 방식의 중고 의류 장터 ‘차란마켓’을 선보였다. 개인이 상품을 올린다는 점에서는 당근 등 중고 거래 앱과 비슷하지만, 검수와 살균 서비스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내가 사는 동네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전국을 상대로 팔 수도 있다. 그동안은 여성 의류 중심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남성 의류, 하반기에는 영유아와 초등학생 옷도 다룬다.
김 대표는 37세의 나이에 아직 미혼이다. 연쇄 창업가의 길을 가느라 개인적 삶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고. 그 대신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데 보람이 크다고 했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심이 앞섰다면 금세 지쳐 포기했을 겁니다. 창업 후 저희 플랫폼을 통해 300t 넘는 옷이 재사용돼 환경에 기여했습니다. 가치 있는 프로젝트에 제 삶을 쓰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