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재정경제부에서 근무하는 20대 공무원 A씨는 월급 300만원 가운데 월세와 생활비 빼면 200만원 남짓 남는다. 치솟은 집값 탓에 본가인 서울서 내 집 마련은 언감생심이다. 반면 서울 40대 직장인 B씨는 2010년대 초 부모 도움으로 잠실 20평대 아파트를 샀다. 여러 번 갈아타기를 한 끝에 현재 40평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그때 집을 산 것이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청년 세대와 기성 세대 간 부동산 자산 격차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소득이 줄어든 2030세대는 ‘내 집 마련’의 문턱을 넘지 못한 반면, 4050세대는 서울 집값 상승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렸다는 분석이다.
18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2030세대(39세 이하 가구)의 평균 부동산 자산은 1억6418만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2억1927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 시점에 40대와 50대의 평균 부동산 자산은 각각 4억3063만원, 4억6131만원으로 증가 흐름을 나타냈다.
세대 간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2030세대와 40대의 부동산 자산 격차는 2.6배다. 50대와는 2.8배로 벌어졌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7년 이후 격차가 가장 컸다.
이 같은 격차는 서울 주택 보유 여부에서 갈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 2030세대(39세 이하 가구주) 무주택 가구는 99만2856가구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많았다. 반면 서울 등 수도권 주택을 보유한 4050세대는 최근 수도권 집값 상승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주택매매가격지수는 104.7로 기준 시점 대비 76.9% 상승했다.
근로소득만으로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구조도 세대 간 자산 격차를 키우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는 13.9배로 나타났다.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4년 가까이 모아야 평균적인 주택 한 채를 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청년층의 소득 기반이 나빠지는 만큼 기성세대와의 자산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상태의 2030세대는 2016년 42만1000명에서 2020년 66만900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71만7000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70만 명을 넘어섰다.
청년층의 자산 축적이 지연되면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대 간 자산 격차가 단순한 부의 격차를 넘어 한국 경제 전반의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