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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이 언급한 조각투자 인가…금융위가 밝힌 기준은 [박주연의 여의도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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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이 언급한 조각투자 인가…금융위가 밝힌 기준은 [박주연의 여의도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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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한 달간 관심을 모았던 금융위원회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가 13일 결정됐습니다. 한국거래소(KDX)와 넥스트레이드(NXT) 컨소시엄이 인가를 받았고, 루센트블록은 탈락했습니다.

    결과 못지않게 눈에 띈 것은 금융위의 보도자료입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와 관련한 보도참고자료를 공개했는데, 분량이 무려 19페이지에 달했습니다. 예비인가 발표로는 이례적인 수준입니다.


    통상 예비인가 결과는 선정 여부와 간략한 판단 배경 정도만 정리됩니다. 특히 외부평가위원회 심사는 비공개 절차로 진행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평가 점수와 항목별 격차 요인, 샌드박스 사업자와의 관계, 향후 STO(토큰증권) 유통과의 구분까지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언급 이후 나온 자료인 만큼 절차적 설명의 성격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단순한 해명으로 보기에는 담긴 내용이 적지 않습니다. 결과 해명을 넘어, 금융당국이 샌드박스의 의미를 어떻게 규정하는지, 또 조각투자 유통을 어떤 기준 아래에서 심사하고 관리할 것인지를 비교적 명확히 보여준 문서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인가는 별도, 샌드박스 경험이 통과증 아냐"
    우선 13일 금융위가 배포한 자료는 기존 샌드박스 유통과 이번 장외거래소 인가를 분명히 구분합니다. 샌드박스는 예외적·한시적으로 허용된 유통채널이었고, 장외거래소는 발행인과 상품에 제한이 없는 '시장'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금융위는 샌드박스를 운영했다는 사실이 인가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샌드박스 사업자라고 해서 인가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며, 유통권이 배타적으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과거 법 개정 논의에서 자동 유통 허용안이 제외됐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다만 이 대목은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규제 특례를 통해 시장을 먼저 열어보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샌드박스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신호를 준 셈이기 때문입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업을 해봤다는 사실과 시장을 운영할 자격을 얻는 문제는 별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면서도 "예외가 나오지 않으면 허들 앞에서 넘어지는 스타트업들이 더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키울 수 있냐'보단 '맡길 수 있느냐'에 초점"
    점수 차이를 만든 항목은 더 상징적입니다. 외부평가위원회 총점은 NXT 750점, KDX 725점, 루센트블록 653점이었습니다. 금융위는 격차가 자기자본, 사업계획, 이해상충 방지체계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루센트블록이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항목은 자기자본이었습니다. 금융위는 "자기자본이 타사 대비 현저히 낮고 출자금 및 비상자금 조달 계획의 실현가능성이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단순한 자본 규모가 아니라, 사고 발생 시 시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구조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읽힙니다.


    사업계획에서도 차이가 벌어졌습니다. 금융위는 "유통플랫폼 운영 경험은 있으나 장외거래소 운영에 대한 장기적 전략이 미흡하고 내부규정이 미흡하며 법령 이해도가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경험 자체보다는 장기 운영 전략과 준법 체계를 더 중시한 판단입니다.

    이해상충 방지체계와 지배구조 항목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융위는 루센트블록에 대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51%로 실질적으로 컨소시엄 형태로 보이지 아니하며 개인 대주주의 개인회사 성격을 가진다"고 밝혔습니다.


    스타트업 부담을 고려해 기존 법인에도 컨소시엄 가점을 인정하도록 기준을 조정했음에도, 실제 심사에서는 '실질적으로 컨소시엄 구조인지'를 따져 물었습니다. 이름을 함께 올렸는지가 아니라, 지분과 권한이 분산돼 이해상충을 통제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었습니다. 유통시장을 단순 플랫폼 사업이 아닌 공공성이 요구되는 시장 인프라로 보겠다는 시각이 반영된 대목입니다.
    STO를 '다음 단계'로 남겨둔 이유는?


    시장에서는 이번 인가가 곧 STO 거래소 허용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왔습니다. 다만 이날 보도자료를 보면 금융위는 이 부분에서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금융위는 "토큰증권은 증권의 형식으로 모든 증권에 대해 발행 가능하나, 이번 유통시장 인가는 6종의 증권 중 '신탁 수익증권(집합투자증권 제외)'에 한정되는 것이며 모든 증권을 포괄하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인가는 신탁수익증권 유통에 국한된다는 의미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구분했을까요. 토큰증권은 기존 전자증권과 거래 방식과 관리 구조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권리 이전 방식과 계좌 체계가 달라지면, 사고 발생 시 책임 구조와 감독 방식도 함께 재설계해야 합니다. 조각투자 유통을 먼저 제도권 시장으로 정리하고, 토큰증권은 별도의 인가 체계 안에서 판단하겠다는 순서를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통은 열되, 기술 확장까지 한 번에 허용하지는 않겠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금융위는 "조각투자 유통시장이 토큰증권(신탁 수익증권 한정)까지 취급할 수 있는지 여부는 토큰증권 법 관련 인가체계 마련 과정에서 의견수렴 등을 통해 확정될 사안"이라며 "기존 증권거래 방식과 다른 인적·물적 요건 등이 필요할 경우 투자자 보호를 위해 STO 장외거래소는 별도 인가심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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