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절 가드는 내리지 않았다.”
미무라 아쓰시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지난 12일 엔저에 대한 경계를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3엔 수준에서 엔화 강세 방향으로 움직이다 이 견제 발언으로 152엔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무라 재무관의 경계심은 엔화 가치 급등락에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23일 달러당 159엔대까지 올랐다가 환율 개입 전 단계인 미국 당국의 ‘레이트 체크’로 달러당 152엔대까지 엔고가 나타났다.
같은 달 31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엔저 용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하자, 이달 5일에는 다시 달러당 157엔대까지 치솟았다. 최근에는 이달 8일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압승으로 엔 매수세가 다시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약한 엔’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두드러진다. 사사키 도오루 후쿠오카파이낸셜그룹 수석전략가는 “재정·금융정책을 고려하면 엔고로 전환하는 그림은 그릴 수 없다”며 “엔저는 일본 경제력 저하를 반영하고 있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안전통화가 아니다”고 니혼게이자이에 말했다.
기업들도 엔저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도쿄상공리서치가 작년 12월 약 6100개사를 대상으로 엔저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 달러당 156엔 정도의 환율 수준이 “경영에 마이너스”라고 답한 비율이 40%에 달했다.
엔화는 달러 외 통화 대비로도 하락이 두드러진다. 지난달 23일에는 유로당 186엔대 후반까지 치솟으며 1999년 단일 통화 유로 도입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위스 프랑 대비로도 마찬가지다. 최근 몇 년간 ‘최약 통화’ 지위가 완전히 굳어졌다.
물가 영향을 고려한 실질금리로 보면 엔화 매도세가 계속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3.5~3.75%로, 인플레이션율을 빼면 연 1% 정도다. 일본은 기준금리가 연 0.75%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다. 운용에 유리한 통화에 자금이 모이는 금융시장에서 엔화가 선택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럽다.
엔화가 ‘최약 통화’에서 벗어날 열쇠 중 하나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모색하는 일본은행의 움직임이다. 일본은행은 1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일본은행 간부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적극적인) 매파적 성향을 드러냈지만, 그럼에도 엔저 압력이 강하다”고 니혼게이자이에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16일 총리 관저에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와 15분 정도 만났다. 우에다 총재는 회담 후 기자단에 “일반적인 경제, 금융 정세에 대한 의견 교환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대해 총리의 이해를 얻었나’라는 질문에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특별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