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과 대결 구도를 벌이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결국 인간과 화해를 하는 내용을 담은 군무. 중국중앙TV(CCTV)는 16일 밤 8시(현지시간) 방영한 춘완을 통해 중국 대표 로봇 기업들의 기술력을 한껏 과시했다.
춘완은 음력 설 전일 저녁 진행되는 설 특집 방송 프로그램이다. 중국에선 온 가족이 모여 시청하는 게 대표적인 설 풍습이다. 매년 춘완 시청자 수만 10억명이 넘는다. 중국 인구 수를 감안했을 때 대부분의 가구에서 시청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춘완은 개혁 개방이나 우주 개발, 첨담기술 발전 등 국가적인 과제를 무대로 연출해 미래 산업의 방향을 전달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해왔다.

이런 이유로 춘완에 참여하는 기업에는 단순한 방송 출연 이상의 의미가 부여된다. 기업의 기술력을 공개적으로 뽐낼 수 있는 데다 향후 중국 정부의 각종 공공 프로젝트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돼서다. 지난해 춘완의 경우 시청횟수가 28억회를 넘었다.
올해 춘완에선 유니트리(중국명 위슈커지), 갤봇(인허퉁융), 노에틱스(쑹옌둥리), 매직랩(모파위안즈)이 주축이 돼 군무, 코미디 콩트, 무술 시연 등 수십여개의 프로그램의 공개됐다.

비틀대며 상대방과 싸우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취권부터 화려한 안무의 춤, 상황에 맞게 대사를 받아치는 콩트까지 지난해 춘완에서 보여줬던 유니트리의 기술력을 훨씬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많다.

춘완의 하이라이트는 무봇이라는 타이틀의 공연이었다.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수십여대가 청소년들과 무술을 겨루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 과정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여러 무술 동작과 360도 회전돌기, 도약 등 동작을 과감하게 이어갔다. 특히 호리병 모양의 술병을 들고나와 비틀거리며 청소년들과 대련하는 '취권'에는 시청자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넘어질 듯한 발걸음이나 오차 없는 동시 동작은 지난해 춘완 때 유니트리의 군무에 비해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할머니의 최애라는 제목의 콩트 프로그램도 주목 받았다.

다양한 크기의 노에틱스 휴머노이드 로봇이 주인공 할머니의 손자 역할로 등장해 마술을 보여줬다. 춤과 잔소리까지 병행했다.

올해 춘완 로봇 공연은 전통적인 중국 문화 요소와 현대적 무대 연출, 첨단 기술이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춘완은 1983년 첫 방송을 했다. 이후 대표적인 연례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지난해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군무 공연 이후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중국 '기술 굴기'의 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춘완을 두고 "중국의 첨단 산업 정책과 휴머노이드 로봇, 미래 제조업 분야를 장악하려는 중국의 야심 찬 계획을 보여주는 무대"라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 춘완을 통해 중국 정부가 핵심 산업에 로봇과 AI를 배치하고 고령화된 노동력을 자동화로 상쇄할 것이라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