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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충실의무 시대, CEO 연봉을 다시 묻다 [최성수의 똑똑한 자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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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충실의무 시대, CEO 연봉을 다시 묻다 [최성수의 똑똑한 자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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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보수는 얼마가 적당할까? 회사가 적자를 내는데도 임원에게 수십억 보수를 지급할 수 있을까? 당기순이익의 어느 비율만큼 임원 보수로 배정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이 질문에 대해 법이 제시하는 명확한 숫자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매년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 수십억원에 이르는 CEO 연봉은 여러 논란의 대상이 된다.
    숫자를 정하지 않는 법, 상한선의 필요성은
    대부분 국가에서는 임원 보수에 대해 일률적인 상한선을 두지 않는다. 산업과 기업 규모, 성장 단계에 따라 필요한 보상 수준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은 보수의 적정 수준을 정하기보단 보수가 결정되는 절차를 통제하는 방식에 무게를 둔다. 주총에서 보수 한도를 승인하고, 이사회가 그 범위 안에서 구체적인 금액을 정했다면 원칙적으로 그 결정을 존중하는 구조다. 보수의 많고 적음을 법원이 일일이 판단하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

    한국 법원도 유사한 기준을 따르고 있다. 대법원 판례상 이사가 받는 보수는 회사에 제공하는 직무와 책임의 정도에 비례해야 하고, 회사의 재무 상태나 영업실적에 비춰 합리적 수준을 현저히 벗어나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6.1.28. 선고 2014다11888 판결). 주총을 거쳐 결정된 이사보수를 법원이 무효화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결국 보수의 적정성은 법원이 아니라 회사 내부 의사결정 구조와 주주의 판단에 상당 부분 맡겨져 있는 셈이다.


    물론 이러한 자율적 구조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최고경영자 보수를 최저임금의 일정 배수로 제한하거나, 성과급이 고정급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게 하는 정책적 시도가 있었다. 이를 두고서도 획일적 상한선이 경영진 동기부여를 떨어뜨리고, 글로벌 인재 경쟁 속에서 기업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보수 크기보다 '결정 과정' 중요해져
    최근에는 보수 자체의 크기보다 보수를 결정하는 과정의 정당성이 더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미국 델라웨어 대법원이 결론을 내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보수와 관련된 판결은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80조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성과 보상 계약을 둘러싸고 법원 판단이 엇갈렸다. 핵심 쟁점은 금액의 적정성 그 자체보다 그 보상이 과연 독립적이고 공정한 절차 속에서 결정됐는지 여부였다.


    한국에서도 작년 의미 있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회사의 이사인 주주가 자신의 보수 한도를 정하는 주주총회 안건에 참여한 경우, 특별한 이해관계인에 해당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원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대법원 2025.4.24. 선고 2025다210138, 2025다210139 판결). 보수의 액수보다도 그 결정 과정의 공정성과 이해 상충 문제를 더 엄격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강조되면서, 임원 보수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기업집단에 속하는 이사가 계열사 여러 곳에서 동시에 보수를 받는 구조나, 회사 성과와 무관하게 보수가 증가하는 구조는 앞으로 더 많은 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엔 "주총에서 승인했으니 문제없다"는 논리가 비교적 강하게 작동했다면, 이제는 그 결정이 과연 전체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함께 따져보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주총 시즌, CEO 보수에 대한 새로운 질문
    곧 정기 주총 시즌이 시작된다. 많은 기업이 임원 보수 한도 안건을 상정하고, 주주들은 그 안건에 찬반을 표시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형식적으로 지나갔던 안건이지만, 앞으로는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관점에서 그 의미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젠 회사는 왜 이 수준의 보수가 필요한지, 그것이 회사 성과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보다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주주 역시 단순한 금액의 많고 적음을 넘어 그 결정 구조의 타당성을 함께 살펴보게 될 것이다.



    CEO 보수가 얼마가 적당한지에 대한 절대적인 정답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그 답을 정하는 기준이 과거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엄격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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