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원어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중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를 조사했더니 일본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복잡한 경어(敬語) 때문일 것이다. 우리 말에도 높임말이 있지만 상대를 높이는 ‘존경어’와 나를 낮추는 ‘겸양어’까지 외워야 할 게 많은 일본어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일본 서점에서는 <이것이 올바른 경어> 같은 책들이 외국어 학습서처럼 한쪽 코너를 채운다. 일본인도 잘 모르거나 틀리게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특히 청년들에게 경어는 높은 벽이다. 일본 기업들이 신입사원 연수와 직무교육(OJT)에서 존경어, 겸양어 사용법을 따로 가르치는 이유다. 상사들은 “요즘 젊은 친구들은 경어를 쓰지 않는다”고 한탄한다는데 본인들도 과거 똑같은 지적을 받지 않았을까. 반대로 지나친 겸양어 표현이 듣기 불편하다는 시각도 있는 모양이다. 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청년들이다. 잘 몰라서 틀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고객의 불만 제기로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말 한마디, 한 마디마다 자신을 낮추고 또 낮추는 것이다.
우리도 이런 ‘과공비례’형 높임말 표현을 심심치 않게 접한다. “커피 나오셨습니다” “5000원이십니다” 같은 말들이다. 처음 한두 번은 웃고 말았는데 너무 자주 듣다 보니 ‘손님이 아니라 돈이나 물건을 높이는’ 이런 표현이 옳은 것이라고 굳어질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 그래도 다행히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의 최근 공동 조사에서 응답자의 93.3%가 ‘개선이 필요한 공공언어’로 ‘과도한 높임 표현’을 꼽았다고 한다.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니 이대로 쉬이 굳어지지는 않겠구나 안도하는 마음도 든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틀린 걸 알면서도 쓰는 경우다. 서비스 직종에서는 매니저가 직원들에게 이런 식으로 높임말을 쓰라고 교육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커피 나왔습니다”라고 하면 자신에게 존칭을 쓰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고객이 있어서란다. 알고 보니 한쪽만 탓할 일이 아니었다. 문체부가 한다는 대국민 인식 개선 운동이 ‘힘을 좀 써 주시기’를 바란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