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메달 제작비로 얼마를 썼을까. 귀금속값이 치솟아 올림픽 예산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 당시만 하더라도 금메달 하나 값이 대략 120만원이었는데, 이후 가격이 두세 배로 뛰었기 때문이다.귀금속 가격은 최근 미국 정부가 차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으로 경쟁 후보에 비해 ‘매파’(통화긴축 선호)에 가깝다고 알려진 케빈 워시를 지명하면서 크게 출렁였다.
그렇다고 귀금속 가격의 최근 조정이 거품 붕괴 국면인지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워낙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우선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달러 약세의 반작용,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 보유 증가 등으로 귀금속 수요가 늘어난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인공지능(AI) 시대 산업용 원자재로서의 가치도 높아졌다. 어쩌면 금·은 가격 상승은 ‘트럼프·AI 시대’의 거울일지도 모른다.
가격 상승의 고통은 당연히 소비자가 떠안기 마련이다. 신혼부부의 예물 값만 오르는 게 아니다. 비철금속 가격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재 가격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 시장이 차기 Fed 의장 지정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다.
워시 지명자를 매파로 매도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 양적완화(QE) 축소와 금리 인하라는 생소한 조합으로 다소 혼동을 야기할 소지는 있지만 적어도 제롬 파월 의장보다는 친(親)트럼프 ‘비둘기’ 성향이 자명하다. 최근 발언을 따라가 보면 그는 ‘기술 진보가 가져올 생산성 향상이 물가 압력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결국 워시 지명자가 구상하는 통화정책 성패는 물가 안정 여부에 달렸다.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의 지속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