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 시장 매출 12% 껑충
프랑스 명품기업 에르메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8% 증가한 40억8700만유로를 기록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증권사가 집계한 예상치인 40억3000만유로를 웃도는 수치다. 연간 매출도 160억유로를 넘어서며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지역별 포트폴리오 재편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명품 최대 시장이던 중국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럭셔리 브랜드의 무덤이 되자 에르메스는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만 전년(28억6500만유로)보다 12.4% 늘어난 30억7500만유로의 매출을 올렸다.에르메스는 단순히 매장 수를 늘린 데 그치지 않고 차별화 전략을 병행했다. 지난해 9월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신규 매장을 연 데 이어 10월에는 테네시주 내슈빌에도 새로 출점했다. 10월 초 멕시코시티 ‘몰리에르’ 매장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했고, 11월에는 캐나다 밴쿠버 매장에서 ‘쁘띠 아쉬’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북미 전역에서 벌인 공격적인 출점과 마케팅 전략이 적중했다.
악셀 뒤마 에르메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시장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북미에 더 큰 매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에르메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의 로데오 드라이브 인근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 VVIP공략 성공…이익률도 41%
에르메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1%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65억6900만유로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케링그룹 등 경쟁사가 실적 부진을 겪으며 마진율 하락을 방어하는 데 급급한 것과 대조적이다. 경기 변화에 민감한 ‘엔트리급’ 소비자 대신, 경제 상황에 구애받지 않는 최상위 핵심 부유층에 집중한 ‘초고가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에르메스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비용 상승분을 상쇄하기 위해 올해 제품 가격을 5~6% 추가 인상할 방침이다. 가격 인상에 민감하지 않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VVIP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전략이다.
수직계열화 모델도 수익성 방어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에르메스는 제품의 55%를 자체 공방에서 생산하며 품질과 공급량을 관리한다.
반면 지난해 럭셔리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케링그룹의 매출은 146억7500만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3% 줄어든 16억3100만유로였다. LVMH의 지난해 매출은 5% 줄어든 808억유로를 기록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