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항공사들이 휴대용 보조배터리 기내 사용을 금지하면서 '여행 필수품'으로까지 꼽히던 보조배터리 수요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한진그룹 소속 5개 항공사는 지난달 26일부터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기내 휴대는 가능하지만 전자기기를 보조배터리로 충전하는 행위가 일체 제한된다.
이에 앞서 이스타항공이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지난해 10월부터 국내·국제선 전 승객을 대상으로 기내 사용을 금지한 데 이어 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 등도 잇따라 보조배터리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승객들은 비행기 탑승 전 미리 전자기기 충전을 완료하거나, 좌석에서 제공되는 USB·AC 전원만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충전 포트가 없는 일부 기종이나 장거리 노선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기내 충전단자로 완충하려면 3~4시간씩 걸리기도 해서다.
여행 수요 회복에 맞춰 마케팅에 공을 들여온 보조배터리 업체들로선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간 여행 수요를 겨냥한 마케팅을 벌이면서 일부 업체는 유명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 등을 모델로 내세워 보조배터리를 '여행 필수품'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이번 보조배터리 기내 사용 제한이 소비 심리에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해외여행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 금지 방침은 보조배터리 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조배터리 업체들은 안전상 조치인 만큼 시장 전망을 예측하기엔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기내 '반입'이 아닌 '사용' 금지 조치인 만큼, 수요 감소는 우려할 만큼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시장에 미칠 영향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항공사의 안전 강화 조치를 존중한다"면서도 "모바일 기기 사용이 일상화된 환경에서 보조배터리는 여전히 필수적인 제품이라 중장기적으로 수요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기내 보조배터리 '반입 금지'가 아니라 '사용 금지' 조치이기 때문에 (해당 방침이) 보조배터리 수요에 큰 악영향을 미치진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방침의 실효성을 두고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보조배터리를 사용할 때 전류가 흐르면서 발열이 생기고, 이 과정에서 열폭주 위험이 커진다"며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 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나용운 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나 연구사는 "애초에 발화 위험이 있는 배터리라면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사고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 금지가 화재 예방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수/홍민성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