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인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에서 무주택자가 다주택자 물건을 '전세를 끼고 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전세가격이 높은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이 나오지 않고 입주 시점에만 전세자금퇴거대출 1억원을 받을 수 있다. 매수 구도가 현금 부자에게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오는 배경이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예정대로 올 5월9일 종료하면서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매도할 때 실거주 의무를 제한적으로 완화하는 등 보완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다주택자가 무주택자에게 팔 때만 규제가 완화된다.
매수자는 분양권·입주권을 소유해서는 안 되고 일시적 2주택 목적도 불가하다. 5월9일까지 실제 대금을 주고받고 계약한 주택이면서 4~6개월 사이에 잔금을 치르는 조건이다. 실거주 의무 유예는 최장 2년(2028년2월11일)이다. 그 전에 세입자의 계약기간이 끝나는 즉시 입주해야 한다.
거래 성사를 가르는 관건은 매도주택의 보증금이 어느 수준인지, 결과적으로 대출은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세 낀 매물은 주택담보대출이 제한돼서다.
예를 들어 시가 15억원인 주택에 6억원 전세가 껴 있다면 이미 담보인정비율(LTV)이 40%다. 잔금과 즉시 입주한다면 6억원의 대출을 받고 9억원을 마련하면 되지만 세낀 매물은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입주 시점에만 전세금을 반환해주기 위한 대출 1억원을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9억원이 아닌 14억원의 현금이 필요한 셈이다. 15억원은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이다.
다만 세입자가 4~6개월 안에 나가는 매물은 대출 제약에서 자유롭다. 잔금 시점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40%를 조달하면 된다. 이런 집은 무주택자뿐 아니라 다주택자 등 누구나 매입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 경쟁은 상대적으로 치열할 전망이다.
현금이 충분하지 않다면 서울이나 경기도 외곽 지역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매물을 노려볼 수 있다. 또 반월세 등 기존 보증금이 많지 않은 주택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부 관계자는 “무주택자의 경우 기존 전세금 등을 활용해 자금조달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대출 규제 완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