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초콜릿, 둘은 달콤쌉싸름한 미감의 측면에서 닮았다. 초콜릿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사랑의 기념일, 밸런타인데이(2월 14일)를 대표하는 디저트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많은 청춘 남녀가 이날 초콜릿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고백하고 애정을 나눈다. 유통업계의 마케팅 전략 혹은 상술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또다시 기꺼이 빠져들게 되는 ‘달콤한 낭만’이 아닐 수 없다.요즘 MZ세대는 맛있는 초콜릿을 위해 예약 전쟁을 벌이고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는다. “마트나 편의점에도 초콜릿은 많은데, 굳이 줄까지 서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유행을 모르는 소리다. 이제 초콜릿은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미식의 영역으로 확장됐다. 실력 있는 쇼콜라티에가 만든 초콜릿은 ‘먹는 예술품’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와인·커피처럼…원재료 산지 따라 맛 제각각
같은 초콜릿이라도 원재료 산지에 따라 맛의 차이는 분명하다. 품종과 재배 지역, 토양 등 환경에 따라 개성이 달라진다. 커피와 와인처럼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역시 ‘테루아’(재배 조건)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고급 커피 시장에서 ‘싱글 오리진’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듯,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들도 카카오 자체의 품질에 주목한다. 산지 한 곳의 단일 카카오 품종으로 만든 싱글 오리진 ‘커버처’(초콜릿 제조용 중간 가공 카카오) 라인업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반대로 여러 산지의 카카오를 균형 있게 배합한 ‘블렌딩’ 제품도 있다. 일종의 블렌딩 커피와 같은 개념이다.
쇼콜라티에는 각 카카오가 지닌 고유의 풍미를 살려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초콜릿을 완성한다. 그중에서도 국내에서 ‘가장 핫한 초콜릿 브랜드’로 꼽히는 건 서울 가로수길의 ‘삐아프’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 견줄 만한 고급 초콜릿 전문점으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블루리본 서베이’에 이름을 올렸다. 매년 밸런타인데이 시즌 한정 패키지를 예약 판매하는데, 몇 시간 만에 품절되는 일이 다반사다.
기념일이 다가오면 명품 하우스들의 협업 제안도 이어진다. 올해는 명품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가 손을 잡았다. 온라인몰에서 불가리 시계나 주얼리를 구매한 고객에게 삐아프 초콜릿을 함께 증정하는 방식이다. 흥미로운 점은 파트너가 자주 바뀐다는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경쟁사인 까르띠에가 이 가게를 선점했다. 올해는 불가리에 자리를 넘겨줬지만, 그 대신 서울 삼성동의 또 다른 인기 초콜릿 브랜드 ‘아도르’와 손을 잡았다. 아도르는 백도·청유자·모과 등 국산 농산물을 초콜릿 속에 담는다. 물방울을 형상화한 디자인과 과일의 색을 살린 겉면은 보는 재미까지 더한다. 루이비통·구찌도 ‘럭셔리 초콜릿’
초콜릿 애호가가 늘면서 명품 브랜드들도 앞다퉈 초콜릿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아직 고가의 명품을 구매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젊은 소비자층에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하다. 구찌는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 서울’을 통해 기념일용 초콜릿 기프트 세트를 선보였다. 카카오 풍미를 강조한 ‘만자리 가나슈 초콜릿’은 깊고 우아한 인상을 주고, 상큼한 시트러스향을 더한 ‘제주 레몬 리몬첼로 가나슈 초콜릿’은 단맛의 균형을 잡아준다.루이비통은 아예 초콜릿 전문 매장인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비통’을 열고 장인의 초콜릿 컬렉션을 판매하고 있다. 매장에서는 파리 감성을 담은 디저트를 경험할 수 있다. 가격은 3만9000원부터 시작한다.
브랜드 경험보다 맛에 집중하고 싶다면 호텔 셰프가 선보이는 초콜릿도 좋은 선택지다. JW메리어트호텔서울은 하트 케이스에 라즈베리와 딸기 가나슈를 담은 로맨틱한 선물 세트를 내놨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파르나스 ‘메르카토 521’에서는 스모어, 허니 얼그레이, 솔트 캐러멜, 딸기 바닐라, 라즈베리 레몬 등 다섯 가지 맛의 수제 초콜릿 컬렉션을 판매한다. 워커힐호텔앤리조트는 특급호텔 버전의 ‘두쫀쿠’를 선보였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