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한다. 오는 7월 적용되는 시가총액 기준은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높아진다.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기업, 고의적 공시 위반 기업도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또 주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도 상장폐지 대상에 오른다. 이에 따라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만 최대 150개사가 상장폐지 대상이 될 전망이다.
"부실기업 연명하면 시장 신뢰 저해"
12일 금융위원회는 브리핑을 열고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혁신기업의 원활한 상장을 지원하고 부실기업을 신속·엄정히 퇴출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은 "부실기업이 연명하면 시장 신뢰가 저해된다"며 "(부실기업이) 불공정거래에 악용되는 등 심각한 투자자 피해를 야기할 수 있어 빠르게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당국은 시가총액 요건 상향조정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다. 당초 코스닥 기준 2027년 1월 200억원, 2028년 1월 300억원으로 강화할 계획이었지만, 상향 조정 주기를 매 반기로 조기화한다. 이에 따라 2026년 7월 200억원, 2027년 1월 300억원으로 시가총액 요건이 강화된다.
일시적 주가 띄우기를 통한 규제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세부 적용기준과 시장감시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30거래일 연속 시가총액 기준을 밑돌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10거래일 및 누적 30거래일 시가총액 기준을 웃돌면 상장폐지되지 않는다. 앞으로는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시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즉시 상장폐지된다.
'동전주'에 대한 상장폐지 요건도 신설된다. 동전주는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종목을 말한다. 주가가 낮아 변동성이 크고, 시가총액 규모가 작아 주가 조작 대상으로 악용되기 쉽다. 오는 7월부터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를 상장폐지 대상으로 한다. 세부적용 기준은 강화된 시가총액 요건과 동일하게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인 경우 관리종목 지정,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이 되지 못하면 최종 상장폐지된다
액면병합을 통한 손쉬운 우회를 방지하기 위해 '병합 후 액면가 미만'인 경우에도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한다. 예를 들어 액면가 500원, 주가 300원인 기업이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을 피하기 위해 액면가 2000원으로 병합한 후 주가를 1200원으로 끌어올려도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되는 식이다.

완전자본잠식 요건도 강화한다. 현재는 사업연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인 경우만 상장폐지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인 경우도 요건으로 확대한다. 다만, 사업연도 말 기준은 해당시 즉시 상장폐지(형식적 요건) 되지만, 반기 기준은 기업의 계속성 등에 대한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폐지(실질심사 요건)를 결정한다.
공시위반 요건도 보강한다. 기존에는 1년간 공시벌점 15점을 초과하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7월부터는 최근 1년간 공시벌점 10점 누적으로 기준을 높인다. 중대하고 고의적인 공시위반은 한 번이라도 적발되면 상장폐지 대상 범위에 포함된다.
당국은 상장폐지 절차도 효율화한다. 지난해 제도개선을 통해 코스닥 실질심사시 기업에게 부여할 수 있는 최대 개선기간을 2년에서 1년 6개월로 축소했다. 이에 더해 올해는 그 기간을 1년으로 추가 축소한다.
상장폐지 가처분 소송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법원 등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가처분 소송 시 인용(거래소 패소)되는 경우는 적지만, 사건 증가 시 소송 기간이 길어지고 최종 퇴출이 지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진행된 상장폐지 가처분 소송 85건 가운데 2건만 인용됐다.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 수 50개에서 150개 내외로 증가"
개혁 방안을 반영한 시뮬레이션 결과,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 수는 당초 예상됐던 50개사보다 100여개 늘어난 150개사가 될 것으로 추정됐다.당국은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 집중관리단을 구성한다. 단장은 민경욱 코스닥시장본부 부이사장이 맡는다. 이달부터 내년 7월까지 집중관리기간을 운영한다. 단장은 집중관리기간 중 정기적으로 상장폐지 진행상황을 밀착 관리하며, 2026년 한국거래소 경영평가 시 코스닥본부의 경우 집중관리기간 실적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해 그 성과를 평가할 예정이다.
권 부위원장은 "(상장폐지 개혁을) 진작 했어야 했다. 25년 전 사무관 시절 동전주라는 걸 알았는데, 이제서야 국제적 기준을 도입하는 것은 늦었다고 생각한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걸 해야 소비자, 투자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고 좋은 기업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새 정부 들어 동전주, 부실기업 퇴출 언급을 꾸준히 했다. 6개월 이상 시간을 준 셈"이라며 "이 시점에서 시장을 깨끗이 정리하는 것이 먼 미래를 위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