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재건축·재개발 도시정비사업 규모는 역대 최대인 80조원으로 예상된다. 서울에서만 70여 개 재건축·재개발 구역(공사비 50조원)에서 시공사를 정한다. 건설사 결정 이후 정비사업이 사실상 본궤도에 올라 인허가와 분양 등 주택 공급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초부터 뜨거운 수주 경쟁

서울에서는 ‘압여목성’(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으로 불리는 4대 핵심 지역뿐 아니라 강남권과 용산 등에서 알짜 사업지가 대거 나온다. 압구정4구역은 지난 4일 입찰 공고를 냈다. 현대8차와 한양6차 등 4개 단지(1340가구)를 허물고, 최고 67층 1664가구로 다시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가 2조1154억원으로 압구정 6개 구역 중 세 번째로 많다. 입찰 보증금만 1000억원에 이르지만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등이 입찰을 고려 중이다.
양천구 목동6단지는 12일께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14개 단지 중 처음이다. 삼성물산,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고 후 입찰 마감까지 2개월, 최종 선정까지 또 2개월 정도 걸리는 만큼 6월에 승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성동구 성수1·4지구도 있다. 1지구는 GS건설과 현대건설, 4지구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프리츠커상 수상 건축가와의 협업을 내세우는 등 건설사 간 홍보전이 뜨겁다.
대형 사업지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압구정3·5구역이 이달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3구역은 기존 3896가구를 5175가구로 재건축하는 강남 최대 정비사업지다. 양천구 목동13단지(재건축 후 3852가구),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2493가구), 용산구 신동아(1903가구), 서초구 반포미도1차(1739가구), 강남구 개포우성4차(1080가구), 대치쌍용 1차(999가구) 등도 올해 시공사를 구한다.
◇서울 아파트 40%는 노후 단지
업계에선 앞으로 3~4년간 인기 주거지의 시공사 선정 총회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준공 30년 이상 노후 단지가 늘고 있어서다. 서울시에 따르면 1999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작년 말 기준 전체(190만 가구)의 39.5%인 75만 가구에 달한다. 노원(13만2000가구), 강남(6만3000가구), 강서(5만6000가구), 송파(5만4000가구), 도봉(4만7000가구), 양천(4만7000가구), 영등포(3만6000가구) 등의 순서로 많다. 경기 성남 분당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과 지방 노후도시 재건축 물량도 나온다.최근 몇 년 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안전진단 기준 완화,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 조합 설립 동의 요건 완화 같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에 나선 영향도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주택본부장은 “집값 상승과 용적률 인센티브로 재건축 가능한 단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사를 정하는 곳이 증가하면서 전국 곳곳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많게는 조 단위 자금이 들어가는 거대 프로젝트인 만큼 시공사의 자금력과 신용 보강이 더해져야 사업이 원활히 굴러갈 수 있어서다. 건설사의 노하우가 설계안 변경과 신속한 인·허가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 주택 부족은 지난 10년간 재건축·재개발이 정체된 탓이 크다”며 “시공사를 정한 사업지가 빨리 착공까지 이를 수 있도록 통합심의 등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근호/강영연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