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시공사 선정은 무엇보다 중요한 단계다. 아파트 브랜드가 사업 추진 속도 및 가치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조합이 특정 건설회사에 먼저 손을 내밀거나 같은 건설사라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하는 일이 늘고 있다.11일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최근 경기 성남시 ‘상대원 2구역’ 재개발 조합에 시행사 선정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조합이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해 2차 입찰공고를 낸 데 따른 것이다. 조합은 기존 시공사인 DL이앤씨의 프리미엄 브랜드 ‘아크로’ 적용이 어려워지자 새로운 건설사를 물색하고 있다. 2차 입찰에는 GS건설이 입찰 확약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선정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GS건설이 입찰에 참여하면 조합은 총회를 거쳐 DL이앤씨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아직 명백하게 시공사 지위를 갖고 있다”며 “절차를 강행해 시공사를 선정하고, 계약을 해지하면 귀책 사유는 조합에 있는 만큼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은 2020년 롯데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디에이치’를 앞세운 현대건설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 집행부가 해임되고 사업이 지연되는 부침을 겪었다. 성북구 돈암6구역도 비슷하다. 조합은 롯데건설에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 적용을 요청했지만 ‘롯데캐슬’을 적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와의 갈등이 이어졌다. 중구 신당8구역은 2021년 DL이앤씨 대신 프리미엄 브랜드 ‘오티에르’를 약속한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다.일부 조합은 선호하는 브랜드를 달기 위해 특정 건설사에 시공사 선정 총회에 참가해 달라고 요청한 사례도 있다. 시공사 선정 전후로 아파트값이 뛰고 거래가 활발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시공사 선정이 중요한 이유가 브랜드 때문만은 아니다. 건설사 신용도에 따라 은행권이 조합에 제공하는 사업비 대출 조건이 달라진다. 특히 지난해 정부의 잇따른 대책 이후에는 이주비 대출도 시공사 역량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은 장기간 거액을 빌려야 하고 조달 금리에 따라 이자만 수백억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