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뷰티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다만 성과를 만드는 방식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할인과 이벤트, 채널 운영만으로 매출을 끌어올리던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어떤 제품을, 어떤 타이밍에, 어떤 구조로 발전시키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올리브영 PB, LG전자, LG생활건강, 동국제약센텔리안24, 신세계 어뮤즈, 휩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뤼튼, 네이버 등 대형 고객사를 보유한 K-브랜드 스케일업 컴퍼니 BAT의 배영진 CGO는 이를 두고 “K-뷰티에서 지금 필요한 접근법은 ‘구조’”라고 말한다.
BAT에서 그로스마케팅을 총괄하는 배 CGO는 광고대행사, 대기업 인하우스, 글로벌 K-뷰티 스타트업의 C레벨을 거치며 뷰티, 패션 등 소비재 현장을 두루 경험해 왔다.
그가 지적하는 문제는 결과만 모방하는 접근이다. “미국에서 뷰티 디바이스로 성공했다더라, 틱톡샵에서 어필리에이트를 대량으로 모았다더라 같은 결과만 주목한다”며 “그 방식이 작동했던 이유와 맥락, 즉 구조를 보지 않으면 같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 CGO가 제시하는 해법의 중심에는 ‘버티컬’과 ‘앵커링’이 있다. 버티컬은 브랜드 전반을 관통하는 전략 프레임워크다. “가령 주요 판매처에서 3개월 주기로 세일 행사를 진행한다면, 행사 기간과 그 사이 기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하나의 성장 공식이 된다”며 “이 틀 안에서 콘텐츠와 제품, 커뮤니케이션을 구조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구조 위에서 소비자의 기억에 남는 기준점을 만드는 작업이 앵커링이다. 특정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제품, 이미지, 사용 장면 등을 의미한다. 그는 “버티컬이 브랜드의 사고 체계라면, 앵커링은 소비자의 머릿속에 고정되는 표식”이라고 말했다.
이벤트 의존도가 높아진 시장에 대해서도 그는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국내 뷰티 시장은 이미 연중 세일 구조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그 이전의 설계다. “세일은 수확의 순간일 뿐, 성장은 그 이전 3개월 동안 결정된다”고 말한다. BAT가 제안하는 ‘빅 앤 스몰 웨이브’ 전략은 분기 단위의 대형 이벤트를 중심으로, 그 전후의 마이크로 모먼트를 촘촘히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의 출발점은 ‘제품 중심 사고’다. 배 CGO는 “소비자의 기억은 이미 브랜드가 아니라 제품 단위로 작동하고 있다”며 “제품이 히어로가 돼야 브랜드로 낙수 효과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고는 퍼널 중심 미디어 전략을 넘어 시간의 흐름 중심 전략으로 이어진다. 그는 “어퍼, 미드, 로우 퍼널을 나누기보다 언제 신제품이 나오고 언제 이슈를 만들지, 어느 순간 호기심을 터뜨릴지를 설계해야 한다”며 “퍼널보다 중요한 것은 빌드업과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숏폼과 인플루언서 전략 역시 같은 맥락이다. “무조건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집중할 제품을 정하고 메가, 매크로, 마이크로, 나노 인플루언서를 모멘텀에 맞게 배치해야 한다”며 “시그니처 앵글이나 펫네임, 반복되는 표현을 통해 브랜드 앵커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BAT가 브랜드들로부터 주목받는 이유로 그는 ‘인하우스 관점’을 꼽았다. “인하우스의 현실에서 실제로 실행 가능한 구조를 설계해 왔다”는 설명이다. 단기간 내 인지, 확산, 전환이 동시에 일어나도록 설계한 BAT의 마이크로 및 스몰 IMC 전략 역시 인하우스적 관점에서 고안된 경량화된 통합 마케팅 전략이다.
배영진 CGO는 K-뷰티의 다음 무대를 웰니스와 메디컬에서 찾고 있다. 그는 “남보다 먼저 시도하고, 구조를 정의하는 쪽이 결국 시장을 만든다”며 “이 흐름을 이해하는 브랜드만이 다음 파도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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