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보르도 대한민국 명예영사로서 현재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계신가요?
“명예영사의 역할은 외교관이라기보다는 ‘조정자’ 혹은 ‘촉진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프랑스 양국의 문화·경제·교육 분야 교류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명예영사로서의 핵심입니다. 한국 대표단이 보르도를 방문할 경우 일정과 이동, 기관 간 소통을 지원하고, 반대로 프랑스의 학생이나 예술가, 기관이 한국과 교류를 희망할 때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행정 업무는 대사관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저는 어디까지나 비공식적 연결과 조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놀라운 변화를 이뤄냈습니다. 영화, 드라마, 음악, 패션, 뷰티 산업까지?이른바 ‘소프트 파워’가 매우 역동적으로 발전했지요.”
▷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 교류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놀라운 변화를 이뤄낸 나라입니다. 특히 영화, 드라마, 음악, 패션, 뷰티 산업으로 대표되는 ‘소프트 파워’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문화가 국가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한국은 훌륭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프랑스 역시 오랜 문화적 전통을 지닌 나라로서, 두 국가가 서로의 강점을 존중하며 교류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 개인적으로 한국 문화, 특히 영화에 대한 관심이 깊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영화를 사랑해 왔고, 과거에는 직접 영화관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는 다양한 국가의 영화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진 나라입니다. 한국 영화 역시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접할 수 있었고, 그 예술성과 완성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국 영화는 사회적 메시지와 장르적 재미, 연출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이는 한국 문화 전반의 역동성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보르도의 대표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인 <<strong style="color:inherit">레스프리 뒤 피아노>의 회장을 맡고 계십니다. 음악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저는 직접 연주를 하지는 않지만, 클래식 음악은 오래전부터 삶의 중요한 일부였습니다. <레스프리 뒤 피아노> 역시 관객으로 꾸준히 찾아오던 페스티벌이었고, 이전 회장과 예술감독인 폴-아르노 페주앙과의 인연을 통해 회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예술적 선택은 전적으로 예술감독인 폴-아르노 페주앙(Paul-Arnaud Pejouan)의 몫입니다. 제 역할은 그가 예술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적·행정적·관계적 기반을 다지고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시청, 오페라 극장, 지역 경제계와의 협력을 통해 축제가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 한국의 클래식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가능성도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한국의 음악가들은 놀라울 정도로 성실하고 수준이 높습니다.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성악가, 지휘자들 모두 국제무대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히 피아니스트와 현악 연주자들의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으로 <레스프리 뒤 피아노>를 통해 한국 연주자들을 더 자주 소개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초청을 넘어, 장기적인 문화 교류의 한 형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와인 업계에서도 오랜 경력을 쌓아 오셨습니다. 음악과 와인 사이의 공통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저는 현재 보르도 와인 아카데미의 그랑 샹슬리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토양과 기후, 인간의 노동과 시간이 결합된 문화적 산물입니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복잡성과 섬세함, 그리고 축적된 전통이 있어야 깊은 감동을 줍니다. 그래서 저는 와인을 설명할 때 기술적 수치보다 음악이나 미술에 비유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바흐와 베르디에 비유되는 와인은 훨씬 직관적으로 이해됩니다.”
“문화는 가장 섬세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외교 수단입니다.”

▷ 오늘날 문화 프로젝트에서 민간의 역할은 어떻게 변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전 세계적으로 공공 재정만으로 문화 프로젝트를 유지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민간 재단과 기업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고, 한국은 이미 이 흐름을 매우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민간 플랫폼이 문화에 투자하고, 자체적인 예술 생태계를 구축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국제 협업의 가능성도 더욱 넓어지고 있습니다.”
▷ 앞으로 명예영사로서, 또 문화 기획자로서 어떤 방향을 그리고 계신가요?
“제 목표는 언제나 같습니다.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적 만남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관계로 이어지도록 돕는 것입니다. 음악, 영화, 예술, 교육을 매개로 한 교류는 가장 섬세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외교 수단이라고 믿습니다. 보르도라는 도시가 가진 상징성과 한국의 문화적 역동성이 만날 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들이 충분히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화는 가장 섬세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외교 수단입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음악과 와인, 영화와 예술을 통해 이어지는 프랑스와 한국의 대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그러나 깊이 진행 중이다.
파리=박마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