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의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isa·아시아로의 회귀)'에 따라 한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 방산 전시회(WDS 2026)'에서 만난 저스틴 맥팔린 에어로바이런먼트(AV) 부사장(사진)은 "제조 및 유지보수관리(MRO) 기반이 튼튼한 한국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한 핵심 생산 거점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피벗 투 아시아는 외교·군사정책의 중심축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향하는 정책을 말한다.
조 바이든 정부 시절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맥팔린 부사장은 "미국, 유럽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고 저렴하면서 양질의 제품을 제조하는 것이 한국의 저력"이라며 "AV의 기술을 더한다면 고도화한 드론 제조 허브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전 경험 녹인 자폭 드론 '스위치블레이드'

나스닥시장 상장사인 이 회사는 미군에 군사용 드론을 납품하는 회사다. 아프간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물자로 드론을 납품한 이력을 살려 '차세대 군사 드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전차와 장갑차, 지휘소 등을 자동으로 타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자폭 드론 '스위치블레이드' 시리즈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외신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에서도 이 회사의 제품이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3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맥팔린 부사장은 "실제 전장에서 슬레이블레이드600은 40㎞ 밖에 있는 전차, 레이더, 지대공 미사일 등 10배 이상 비싼 무기 체계를 정밀 타격할 수 있다"며 "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가 끊겨도 내장된 자체 센서와 광학 장비를 활용해 임무를 이어갈 수 있는 기술적 강점을 지녔다"고 말했다.

드론 전파교란(재밍)에 대한 위협도 최소화하는 기술력도 갖췄다. 통상 드론의 무선 통신 주파수가 적군에 노출되는 6일이라는 기간에 앞서 주파수를 변칙적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상황에 따라 주파수를 주고받는 통신 부품을 바꿔도 즉시 호환이 가능할 정도로 전파교란 대응 체계를 고도화했다. 500m 이하 저고도에서 정밀하게 드론이 작동해 전파교란이 심한 곳에서도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다. 맥팔린 부사장은 "전장에서 다진 실전 드론 경험이 AV의 차별점"이라며 "약 30종의 라인업을 토대로 고객사나 국가별 요구사항에 따라 맞춤화 드론을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수요 대응할 제조 거점 韓과 협력"

이 같은 핵심 기술을 확장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 체계 골든돔 구축에도 기여하고 있다. 고주파(RF)로 적 드론과 조종기 사이의 전파를 교란하는 시스템에 레이저 요격 기능 등을 종합했다. 맥팔린 부사장은 "적 탐지와 식별, 무력화가 끊임없이 맞물리는 정밀타격능력(킬 체인)으로 드론을 포함한 복합적인 공중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아시아에서 시장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한국, 대만 등의 우방국과 협력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대한항공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군용 무인항공기(UAV)를 개발하기로 했다. 맥팔린 부사장은 "한국은 속도와 품질을 모두 만족하는 훌륭한 파트너"라며 "향후 한·미 간 기술협력이 정책이 늘어나면 공동 해외시장 진출도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빠른 납기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한국과 밀착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대외군사방식(FMS·외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미 의회 승인을 거쳐 무기를 거래하는 방식)'이 절차가 복잡하고 무기 납품이 길어진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상업구매(DCS·외국 정부가 미국 방산업체와 직거래하는 방식)'로 보완하겠다는 구상이다.
맥팔린 부사장은 "DCS를 활용하면 한국에 드론 납품 기간을 2~3년에서 반년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아시아 시장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으로 한국과 관계를 형성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AV의 주식은 2022년 12월 9일 80.58달러에서 지난 10일 263.26달러로 3년새 226% 올랐다.
리야드=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