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부상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없었는데 이번 경험으로 용기를 얻었어요. 저 자신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 파크,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에서 동메달을 따낸 ‘고교생 보더’ 유승은(18·성복고·사진)의 앳된 얼굴엔 기쁨이 가득했다. 결선에서 171점으로 무라세 고코모(일본·179점), 조이 사도스키 시넛(뉴질랜드·172.25점)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며 한국 여자 스노보드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따낸 직후였다.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해 스노보드를 탈 수 있어서 무척 영광이다. 우리도 이 정도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스노보드 빅에어는 가파른 슬로프를 내려온 뒤 대형 점프대에서 도약해 공중 기술을 펼쳐 점수를 매기는 종목이다. 유승은은 2024년 월드컵에서 발목이 골절돼 1년을 쉬어야 했고, 이후에도 손목이 부러지는 등 큰 부상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처음 입상하며 올림픽 티켓을 따낸 뒤 ‘사고’를 쳤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 출전한 결선 1차 시기에서 유승은은 몸 뒤쪽으로 네 바퀴를 회전하는 ‘백사이드 트리플 콕 1440’을 성공해 고득점을 올렸다. 그는 “연습 때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지만 해낼 자신이 있었고, 시합 때는 정말 성공하겠다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2차 시기에는 프런트사이드로 네 바퀴를 도는 데 성공한 뒤 보드를 내던지며 기뻐했다. 그는 “올림픽 전에는 에어매트에서만 해봤다. 여기서 난도가 낮은 기술을 시도해보다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전했다”고 말했다.
이제 막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한 고교생, 유승은은 나란히 포디움에 올라선 경쟁자들에 대한 존경도 드러냈다. 그는 “무라세와 시넛의 영상은 휴대전화에 저장해놓을 정도로 정말 많이 볼 정도로 무척 팬이었다”며 “함께 올림픽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유승은은 16일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에서 2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