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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인공지능(AI)에 완전히 대체될 것이라는 공포 분위기에 급락했던 미국 증시의 소프트웨어주들이 일제히 반등했다. 월가 일각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종말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과 함께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결과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북미테크소프트웨어지수는 55포인트(3.18% 반등한 1792.64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낙폭(148포인트)의 약 3분의 1을 하루 만에 회복한 셈이다. 소프트웨어주는 지난주 앤트로픽의 AI 업무 도구인 '클로드 코워크'가 법무와 재무 분야에서 보고서 작성 등 고부가 사무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전방위적인 매도세에 시달린 바 있다.
이날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은 9.64% 급등하며 거래를 마쳤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5.67%)와 클라우드 데이터 기업 스노우플레이크(4.46%)도 큰 폭으로 올랐다. 서비스나우(3.13%), 마이크로소프트(3.11%) 등도 상승세를 탔다.
시장의 분위기를 바꾼 것은 일각에서 제시된 차분한 재평가의 목소리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현재 소프트웨어 업종을 둘러싼 비관론이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소프트웨어 투자자들의 심리는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맞먹는 극단적인 공포 수준"이라며 "하지만 현 단계에서 소프트웨어의 죽음을 선언하는 것은 매우 성급한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제프리스는 이미 시장을 장악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수성 능력이 과소평가됐다고 진단했다. AI 모델 개발사들이 자체적인 업무용 기능을 출시하며 소프트웨어 시장을 위협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소프트웨어 공룡들이 가진 강력한 유통망과 방대한 기업 데이터, 그리고 이미 기업 업무 프로세스 깊숙이 박혀있는 고착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프리스는 "기존 시장 장악력을 갖춘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AI를 핵심 기능으로 수용한다면, 오히려 이들이 AI 시대의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AI 개발사들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경쟁자인 동시에, 자신들의 AI 모델을 판매해야 하는 공급자이기도 하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외부 AI를 적극적으로 수혈하면서 자체 기능을 확장한다면 기술적 우위를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는 평가다.
또다른 투자은행인 D.A. 데이비슨도 오라클의 투자 의견을 '비중 유지'에서 '매수'로 상향하며 힘을 보탰다. 길 루리아 D.A. 데이비슨 애널리스트는 "소프트웨어는 죽지 않았으며, 기업들은 여전히 오라클의 제품에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며 "바이브 코딩(AI 자동 코딩)이 복잡한 기업용 시스템을 단숨에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종목별 차별화는 뚜렷해질 전망이다. 제프리스는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스노우플레이크, 인튜이트, 쇼피파이 등을 '낙폭이 과도한 매수 유망주'로 꼽았다. 반면 세일즈포스, 워크데이, 허브스팟에 대해서는 AI 대체 위협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여전히 합리적이라며 추가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