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원전산업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체코에서 다시 한번 승전고를 울렸다. 26조원 규모로 시작하는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원전 몇 기를 건설하는 사업을 넘어 K원전이 유럽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를 결정짓는 중대한 분수령이다. 이번 수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약속을 지키는 ‘팀 코리아’의 신뢰가 만들어낸 쾌거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이 거대한 약속을 완벽히 이행하는 것이고, 그 성패의 핵심은 다름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현재 우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프랑스는 인적 자원의 중요성을 뼈아프게 깨닫고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 원자력산업협회(GIFEN)가 주도한 ‘매치(match) 프로그램’이 그 실체다. 프랑스는 향후 10년간 매년 1만 명씩, 총 10만 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이른바 ‘원전 십만 양병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프랑스가 이토록 공격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선 이유는 자국 내 플라망빌 3호기와 해외 프로젝트에서 겪은 처참한 실패 때문이다. 프랑스는 수십 년간 신규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숙련된 현장 인력과 프로젝트 관리자를 잃었다. 그 결과 국내외 원전 건설 과정에서 용접 불량, 설계 오류, 공기 지연이 반복되며 막대한 비용 손실을 보고 악명을 쌓았다.
프랑스가 10만 명의 인력을 키워내며 원전 르네상스를 준비하는 동안 정작 우리는 체코 프로젝트를 완수할 정예 인력 300명 내외를 충원하는 것조차 공공기관 정원 규제에 갇혀 아직 아무 소식이 없다. 우리가 확보하려는 300명은 K원전의 명운을 짊어질 ‘원전 특전사’다. 이들은 연봉 3억원을 주고서라도 뽑아야 한다. 설령 사업이 끝나고 일이 없다고 해도 연봉을 그대로 주면서 지켜내야 할 국가 전략 자산이다. 어학 능력과 실무 경험을 겸비한 정예 요원들을 우리가 지켜내지 못한다면, 이들은 일할 기회와 막대한 보상이 보장된 미국이나 유럽 경쟁 기업으로 떠날 것이다. 사람을 잃으면 산업의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1000억원이 아니라 2000억원을 들여서라도 이들을 우리 곁에 두고 미래 시장의 핵심 기동대로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건비 확충 비용은 큰돈이 아니다. 300명의 인력에게 연봉 3억원 수준의 파격적인 대우를 가정해도 연간 1000억원, 사업 기간 10년 전체로 봐도 1조원 수준이다. 26조원의 매출이 보장된 사업에서 10년간 1조원 투자는 전체의 4%에 불과하다. 오히려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지연의 대가’다. 탈원전 여파로 원전 한 기의 계속운전 준비가 단 1년만 지연돼도 발생하는 전력 생산 손실액은 약 1조원에 달한다. 10년 치 전체 인건비가 원전 한 기가 1년 동안 벌어들이는 수입과 맞먹는 셈이다. 인건비 아끼려다가 수십조원 규모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소탐대실이다.
정부의 역할은 때로는 엄격한 관리자여야 하지만, 국가적 대업 앞에서는 과감한 지원자여야 한다. 식당 주인이 100명의 단체 예약을 받았다면 서빙과 조리를 도울 인력을 늘리는 것이 상식이다. 설령 노쇼(no-show)가 발생하더라도 손님을 제대로 대접하지 못해 평판이 나빠지는 리스크를 감수할 주인은 없다. 하물며 국가의 명운이 걸린 26조원짜리 예약 손님을 맞이하면서 규제에 묶여 정예 요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비즈니스 원칙에 어긋난다.
한국수력원자력뿐만이 아니다. 규제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미래 원전 규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금방 길러지는 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4~5년 앞서 양성해야 한다. 그런데 인력 확충 소식이 전혀 없다.
정부는 한수원과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인력 확충을 공공기관 비대화가 아니라 ‘국가 전략 자산의 선제적 확보’로 바라봐야 한다. 현장의 고충을 다독이며 ‘수출 특례 정원’을 인정하는 결단이 시급하다. 프랑스가 10만 명을 양성하는 상황에서 300명도 확보하지 못하고 경쟁할 수는 없다. 1조원의 인적 투자가 26조원 사업 성공과 수백조원 규모 미래 시장을 보장한다면 이보다 더 확실한 투자가 어디 있겠는가. 10만에 맞설 300. 우리는 300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