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구에서 4년째 분식집을 운영하는 70대 김모 씨는 최근 김밥 메뉴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 2년 전 야채김밥 가격을 3000원에서 3500원으로 올렸지만 그새 쌀, 김 등 주요 식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는 “재료비에 인건비, 임대료, 전기세 등 각종 고정 비용을 따지면 마진이 15%도 채 나오지 않는다”며 “동네에서 오랫동안 김밥을 말던 이웃 가게들도 하나둘 문 닫고 나가더니 이제 이 골목엔 우리 집만 남았다”고 털어놨다.
서민 음식의 대명사로 불리던 김밥이 동네 상권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쌀, 김, 채소 등 원재료 종류가 많은 메뉴 특성상 원가 부담이 급격히 커진 탓이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김밥 판매를 포기하거나 주력 메뉴를 변경하는 등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9일 국세청 국세 통계 포털(TASIS)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분식점을 운영하는 전국 사업자 수는 4만9026명으로 전년 동월(5만1648명) 대비 약 5.1% 감소했다. 5년 전인 2020년 12월(5만4191명)과 비교하면 약 9.5% 줄어든 수치다.
이 같은 감소세의 배경에는 원재료 가격 상승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쌀(20kg·상품)의 중도매인 판매가격은 5만9720원으로 전년 동기(4만9367원) 대비 약 21% 뛰었다. 김밥의 핵심 재료인 마른김(중품) 한 속(100장) 가격도 1만1480원으로 약 4% 올랐다. 김밥 속 재료로 주로 쓰이는 시금치(4kg·상품)의 중도매인 판매가는 2만1720원으로 24.7% 급등했으며 계란(특란 10구) 가격도 3951원으로 22.2% 올랐다.
재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김밥 가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김밥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41.53(2020=100)으로 집계됐다. 김밥 가격이 2020년 대비 41.5% 상승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1월(135.78)과 비교해도 약 5.75%포인트 상승했다.

김밥은 통상 다른 외식 메뉴보다 가격이 저렴해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꼽힌다. 하지만 조리 과정을 보면 시금치와 당근, 우엉 등 여러 채소를 각각 손질해 데치고 써는 등 손이 많이 가는 메뉴다. 재료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과 인력이 적지 않지만 판매 가격은 쉽게 올리기 어렵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김밥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메뉴라는 인식이 강해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큰 편이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50대 박모 씨는 “올해 들어 기본 김밥 가격을 40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렸는데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분을 생각하면 여전히 빠듯하다”며 “시금치나 오이 같은 재료 비중을 줄이고 우엉·당근 위주로 구성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영전략을 바꾸는 경우도 늘고 있다. 기본 김밥 대신 키토김밥 등 프리미엄 김밥을 주력 메뉴로 내세우는 식이다. 키토김밥은 밥 양을 줄이고 계란이나 채소 등을 가득 넣어 일반 김밥보다 굵게 만 것이 특징이다. 한 줄 가격이 보통 6000~7000원대에 형성돼 있다. 지역과 사용 재료에 따라 1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8년째 김밥을 팔아온 40대 김모 씨는 “요즘은 일반 김밥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며 “주변을 봐도 김밥 전문점에서 떡볶이나 다른 분식으로 주력 메뉴를 바꾸거나 강남에 있는 식당들처럼 아예 고급화 전략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다”고 귀띔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