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에 몇 십만개 부품이 벌크로 들어가고 조립품도 벌크로 내려왔는데 일일이 어떻게 셉니까."
삼성전자, LG전자의 휴대폰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사 재영솔루텍의 김학권 대표는 개성공단 입주 당시 피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현지 클린룸 시설투자 비용도 컸지만 카메라 모듈 부품이 벌크 단위로 오가기 때문에 일일이 세관신고를 하지 않아 원부자재 신고 누락으로 인한 미보상 피해도 컸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가 개성공단 입주 당시 현지에 투자한 금액은 약 350억원. 카메라 모듈도 반도체처럼 미세한 먼지 한 톨 들어가면 안되는 공정이다. 그래서 시범단지에 입주한 뒤 4년여 지난 뒤 새 택지를 분양 받아 건물을 짓고 클린룸을 세웠다.
김 대표는 "나중에는 북한 근로자 수가 1200여명에 달했고 한 달에 30만개가량을 생산했다"며 "2016년 2월 10일 가동중단 결정 후 전혀 대안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삼성전자, LG전자도 비상이 걸렸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일단 거래처에 빨리 카메라 모듈을 납품해야겠다 싶어 중국 공장을 찾아 급하게 생산했다"며 "당시 1개당 2000~3000원 들던 생산비용이 5000원 이상 들었다"고 했다. 약속된 물량을 납품했지만 적자가 난 셈이다.
그는 "적자가 났지만 거래처와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일단 생산할 수밖에 없었다"며 "계약돼있었던 물량만 몇 십만개였다"고 했다.
적자를 봤지만 신뢰를 지킨 덕분에 재영솔루텍은 지금도 계속 삼성전자의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고 있다. 공장은 베트남 하노이에 새로 지었다. 김 대표는 "개성공단 진출 때 받았던 대출이 여전히 빚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도 사업은 운영하면서 재기해가고 있다"고 했다.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해선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건비나 품질,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관리적 측면 등 여러 면에서 개성공단의 경제적 효과는 크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정치적 논리는 배제하고 경제적 측면만 보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