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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어치 두고 쫓겨났다"…개성공단 사장님 '악몽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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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어치 두고 쫓겨났다"…개성공단 사장님 '악몽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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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까지 북한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국내 기업 중 3분의 1가량이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지원금 반환 등을 우려해 회사 명맥만 유지하는 곳까지 합하면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한 지 10년 만에 입주 기업 과반이 사실상 가동을 멈췄다.

    8일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124개 개성공단 입주 기업 중 32%인 40개사가 휴·폐업에 들어갔다. 입주 기업을 지원하던 정부 기관인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 2021년 조사할 당시에는 6개사가 폐업했고 21개사가 휴업 상태였다. 5년 만에 사업체를 운영하지 않는 곳이 50%가량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공식적으로 휴·폐업 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1인 기업이나 최소한의 직원으로 근근이 경영을 이어가는 곳이 수십 개에 달하는 것으로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추산하고 있다. 2016년 2월 10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개성공단 폐쇄를 선언할 때 입주사의 40%인 49곳이 국내외 사업체 없이 개성공단에만 공장을 둔 기업이었다. 이 기업들은 개성공단 재개 시 공단 입주 우선권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며 국내에서 휴·폐업을 미루고 있다. 개성공단 철수 후 정부에서 받은 보상금을 토해낼 수 있다는 점도 폐업 신고를 꺼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해당 기업은 개성공단에서 철수해 입은 손실 보상액을 늘려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공장 시설과 설비 같은 고정자산 외에 원자재와 완제품, 현금성 자산 등 유동자산 피해액도 보전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현재까지 기업 피해 신고액(8173억원)의 70%인 5787억원을 지급했다.


    조경주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정부 인가를 받고 북한에 간 기업이 모두 빚쟁이가 됐다”며 “폐업 기업이 급증하지 않도록 정부가 현실적인 보상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성에 놓고 온 시계 금형만 20억어치…빚더미만 안고 휴업"
    공단의 눈물은 현재 진행형
    손목시계용 유리 제조사 동일정공의 박기선 대표는 해마다 2월 10일이 되면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2016년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고 북한 개성공단에서 쫓겨 나온 악몽이 떠올라서다.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공장 설비를 잃은 그는 결국 2018년 폐업 신고를 했다. 그 대신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 피해 기업에 대출해준 3억원으로 경기 안산의 제일C&C라는 조그만 세탁 공장을 인수했다. 매일 오전 1시30분 출근해 모텔 수건과 침구류를 세탁하는 일을 한다.

    박 대표는 “수건 한 장 세탁하는 데 150원을 받고 휴일 없이 일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 직원은 뽑을 수도 없다”며 “중국 직원에게 300만원씩 월급을 주고 나면 사장인 내가 가져가는 건 70만원뿐”이라고 푸념했다.
    ◇경영난으로 휴·폐업 이어져
    8일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 상당수가 경영난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 기업 124곳 중 40곳이 휴·폐업에 들어갔고 수십 곳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박병귀 개성공단기업협회 전문위원은 “공식적으로 휴·폐업한 업체만 40개 정도인데 나머지 기업 중에서도 설비를 가동하지 않고 사실상 휴업한 곳이 수십 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은 건 개성공단에서 ‘빈손’으로 철수한 영향이 크다. 국내로 돌아와 재기를 노렸지만 피해액 일부만 보전해준 정부 지원금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었다. 2013년 첫 번째로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한 뒤 이듬해 1호 입주 기업 아라모드가 문을 닫았다. 이어 2016년 개성공단 입주 기업 30여 곳의 완제품을 판매하던 협동조합 ‘개성공단상회’가 폐업했고 제씨콤, SNG 등이 각각 개성에서 하던 인공치아 제조업과 의류업에서 손을 뗐다.

    휴업 중인 기업도 수두룩하다. 기념시계 전문 업체 현진정밀공업은 개성공단에 놓고 온 금형만 20억원어치가 넘는다. 원부자재를 일일이 세관에 신고하지 못해 정부 지원액에서 빠진 피해액만 10억원 이상이다. 개성공단 폐쇄 후 국내에서 사업을 재개하려 했지만 기계 구입비가 열 배 이상 비싸져 엄두도 못 냈다. 정지태 현진정밀공업 대표는 “정밀 가공업인 시계 제조는 설비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개성공단 재가동 여부가 어떻게 될지 몰라 일단 휴업 중”이라고 했다.
    ◇“정부 지원액은 턱없이 부족”
    살아남은 기업도 정부 지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스포츠 의류용 소재를 제조하는 금담은 2013년 1차 공단 가동 중단 후 국내외에서 대체 생산을 하느라 7억원을 손해 봤다. 2016년 2차 가동 중단 후에는 유동자산 피해액만 18억원이 넘었지만 이 중 정부가 인정한 금액은 절반도 안 되는 8억5000만원이었다. 권주욱 금담 대표는 “거래처 납품 약속은 지켜야 하니 여기저기서 대체 생산을 했는데 이 손해액은 정부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대체 생산으로 인한 피해액까지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류 제조 업체 만선도 휘청거리고 있다. 이 회사는 개성공단에서 여성복과 학생복을 연간 450만 벌씩 생산했다. 성현상 만선 회장은 “2016년까지 개성공단에 135억원을 투자했는데 감가상각을 이유로 정부는 91억원만 인정해줬다”고 토로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정부가 기업 손실액을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빚이라도 덜어줘야 해당 기업인들이 연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개성공단 형태의 노동집약적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성공단 재개 전제조건인 남북 관계 개선과 대북 제재 완화가 쉽지 않고 재가동하더라도 설비는 대부분 녹슬어 쓸 수 없게 됐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실장은 “노동집약적 산업은 개성공단에서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겠지만 AI 시대엔 차별화된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며 “북한이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하되 최대한 실익을 낼 수 있는 재가동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지혜/은정진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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