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표준화를 주방에 적용할 수 있을까.’이 질문은 효율에 관한 것이지만, 동시에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것이었다.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여성 건축가 마르가레테 쉬테리호츠키는 주택이라는 가장 사적인 공간 안에서 산업 사회가 축적해온 ‘합리성의 언어’(표준화)를 시험하고자 했다. 그의 눈길이 닿은 곳은 주방이었다. 하루의 노동이 가장 많이 반복되고,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비효율이 고착된 공간이었다.
쉬테리호츠키는 산업 현장을 지배하던 테일러리즘을 주거 공간으로 옮겨 오려 했다. 1916년 빈 응용미술 아카데미 건축과를 졸업한 뒤 혁신적인 근대 건축가 아돌프 로스의 사무소에서 일했다. 동시에 미국의 경영학자 프레더릭 테일러가 제시한 노동 표준화 이론에 깊이 매료됐다. 그의 목표는 명확했다. 주부의 가사노동을 감각이나 경험이 아닌, 분석과 설계의 대상으로 전환하는 것.
이 사유의 결정체가 1927년 국제무역박람회에서 공개된 프랑크푸르트 키친이다. 이 주방은 최소한의 면적에서 최대 효율을 끌어내겠다는 목적 아래 철저히 구성됐다. 폭 1.9m, 길이 3.44m. 좁고 긴 공간은 낭비를 허용하지 않았다. 오븐과 화덕 같은 전기기기는 긴 벽을 따라 일렬로 배치됐다. 화덕 위에는 연기와 냄새를 배출하는 벤틸레이터가 자리했다. 창문이 있는 짧은 벽 아래에는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작업대가 놓였고, 그 아래에는 음식 보관함과 커팅보드, 회전의자가 숨겨져 있었다. 오른쪽 벽에는 개수대와 접시꽂이가 설치됐다. 모든 도구는 손이 닿는 범위 안에 있었고, 동선은 짧고 정확했다. 이 주방에는 우연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프랑크푸르트 키친은 효율을 높이면서 비용을 낮췄다. 그 효과는 곧 도시로 번졌다. 1920년대 말 프랑크푸르트에 건설된 공공주택에 8000세트나 설치됐다. 현대 시스템 키친의 출발점이었다. 주방은 더 이상 즉흥적으로 꾸며지는 공간이 아니라 계산되고 설계된 생활 장치로 자리 잡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절약과 합리성을 목표로 태어난 프랑크푸르트 키친은 오늘날 부와 취향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주방이 집의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이 공간은 점점 고급화됐다. 노동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표준은 시간이 흐르며 미학이 됐고, 기능을 위한 설계는 가치의 언어로 전환됐다. 효율에서 출발한 한 건축적 실험은 그렇게 주방을 삶이 가장 농축되는 무대로 바꿔놨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