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사서 먹던 영양제가 여기는 30% 싸네요."
5일 오전 서울 금천구 홈플러스 금천점 3층. 창고형 약국 '메가팩토리약국'을 찾은 장준혁 씨는 카트에 약과 영양제를 약 10개가량 담아두고 이렇게 말했다.
일산에서 방문한 장 씨는 "원래 먹던 임팩타민을 동네에서 저렴하다는 약국에서도 5만5000원에 샀는데, 여기서는 3만9000원이라 놀랐다"며 "소화제나 상비약도 가격 체감이 커 일부러라도 방문하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성남에서 시작된 창고형 약국 메가팩토리약국은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가오픈을 거쳐 지난 2일 서울 금천구 홈플러스 금천점에 2호점(서울점)을 공식 오픈했다. 서울점은 대형마트 건물 내부에 입점한 형태로, 기존 동네 약국과는 전혀 다른 규모와 구조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메가팩토리약국은 대형 유통 매장의 '박리다매' 방식을 약국에 접목한 형태다.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약국 계의 다이소', '약국 계의 코스트코'로 불린다. 대형마트처럼 고객이 직접 카트를 끌고 매장을 돌아다니며 약을 고를 수 있는 개방형 구조로 설계됐으며, 약사가 카운터 뒤에서 약을 건네주는 기존 약국과 달리 소비자가 매대에서 직접 제품을 살펴보고 선택하는 방식이다.
◇방문객 "딸이 일하는 약국보다 저렴해"

이날 오전 10시 무렵만 해도 매장 곳곳에는 띄엄띄엄 방문객이 보였지만, 점심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손님 수는 빠르게 늘어났다.
매장은 A부터 E까지 남성 건강, 생활 건강, 영양제, 여성 건강, 반려견 존 등으로 구분돼 있었고, 구역마다 다양한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이 대량으로 진열돼 있었다. 방문객들은 카트나 바구니를 끌고 매장을 돌며 가격표를 하나하나 비교하거나, 동행한 사람과 상의하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는 모습이었다.
서울 금천구에 거주하는 주부 안모 씨(37)는 "아이 영양제랑 상비약을 사려고 동네 친구와 함께 왔다"며 "종류가 많아서 고르기 좋고, 시중 약국이랑 가격을 바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가격대가 비싸지 않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 김모 씨(64)는 "딸이 약국에서 일하는데 여기 가격을 알려주면서 비교해봤다"며 "거기랑 비교해도 확실히 저렴하다고 해서 온 김에 이것저것 많이 담았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소비자가 큰 가격 차이를 체감한 것은 아니었다. 군포에서 방문한 손모 씨(71)는 "아주 파격적으로 싸다는 느낌까지는 들지 않는다"며 "전반적으로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가 일부 품목의 가격을 직접 확인한 결과, 시중 약국과 비교해 진통제류는 20~30%, 바르는 상처 약류는 최대 40%, 비염약은 약 30%가량 저렴했다. 여드름약 역시 약 10% 정도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일부 품목은 일반 약국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는 저렴한 편이라는 평가할 수 있었다.
◇수동 구매 넘어선 '약국 쇼핑' 방식 구현

서울점 한편에는 전문의약품 조제실도 마련돼 있다. 같은 건물에 입점한 병·의원에서 진료받은 환자들이 이동해 처방받은 의약품을 바로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
매장 곳곳에는 약사들이 상주하며 돌아다니고 있었고, '약사님이 매장 곳곳에 돌아다녀요. 약사님께 물어보세요'라는 안내 문구도 붙어 있었다. 실제로 방문객들은 약을 고르는 과정에서 약사에게 복용법이나 제품 차이에 대해 상담받는 모습이었다.

매장 안쪽에는 라운지도 마련됐다. 쇼핑 도중 쉬거나 가족을 기다릴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으로, 각 존마다 군데군데 앉아서 쉴 수 있는 좌석도 배치돼 있었다. 넓은 매장을 오가며 장시간 머무는 소비자들을 고려한 구성으로 보였다.
메가팩토리약국 서울점은 총 1740평 규모로 조성됐으며, 이 가운데 전용면적만 870평에 달한다. 기존 동네 약국이나 일반 상업시설 내 약국과는 다른 구조로, 상품을 대량으로 진열하고 안정적인 재고 운영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매장에 상주하는 약사들은 고객 요청 시 제품 설명은 물론 건강 상태에 따른 추천, 기존 복용 약물과의 상호작용 확인 등 상담을 제공하고 있었다. 계산대에서도 고른 약에 대한 최종 복약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약사가 건네주는 약을 수동적으로 구매하던 기존 약국 문법을 깨고, 소비자가 직접 고르고 상담받는 '약국 쇼핑' 방식이 현장에서 구현되고 있었다.
◇약사업계 "창고형 약국, 부작용 발생 시 책임 주체 불분명"
다만 창고형 약국 확산을 바라보는 약사 사회와 업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가격 경쟁력과 선택 폭 확대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특성상 무분별한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기존 약국 생태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특히 소비자가 매대에서 직접 약을 고르고 대량 구매하는 구조가 정착될 경우, 의약품 오남용 가능성과 책임 소재, 동네 약국의 존립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금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의약품 오남용에 대한 우려는 당연히 있다"며 "창고형 약국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주변 상가나 아파트 단톡방 등에 빠르게 퍼졌다고 들었다. 그러면 기존에 약을 팔던 동네 약국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B씨도 "약사가 판단해서 약을 전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해 약을 고르는 구조"라며 "정확한 지식이 있으면 문제없겠지만, 유튜브나 주변의 '카더라' 정보만 듣고 잘못 복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책임의 주체가 어디인지도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창고형 약국 모델을 보다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봤다. 그는 "창고형 약국은 약을 많이 팔아 이익을 내는 구조"라며 "그 말은 결국 사회 구성원, 즉 국민들에게 약을 더 많이 먹게 하는 방식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약을 사두고 다 먹지 못해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싸다고 이것저것 담다 보면 실제로는 절반도 못 먹는 상황이 생긴다. 30% 싸다고 해도 다 먹어야 30% 싼 것이지, 남기면 오히려 비싸진다"며 "이 문제는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의약품 오남용이라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 주변 약국 소매점 생태계를 해치고, 장기적으로는 약사 인건비 부담으로 메가팩토리에 상주 약사 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