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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간판 기업 30곳이 자국 ‘반도체 연합군’ 라피더스에 총 1600억엔을 출자한다. 당초 계획(1300억엔) 대비 23% 늘렸다. 라피더스에 2조9000억엔을 쏟아부은 일본 정부에 이어 일본 기업도 ‘반도체 부활’을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소니그룹 등 일본 8개 대기업이 주주로 참여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라피더스에 후지쓰 등 22개 기업이 가세한다. 대부분 지난달 라피더스와 합의를 마쳤고, 3월까지 출자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달 라피더스가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종전 각각 10억엔을 출자한 소프트뱅크와 소니그룹은 200억엔씩 추가 출자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새로 가세한 후지쓰는 200억엔을 출자하기로 했다. 기존에 각각 10억엔을 출자한 NTT는 100억엔, 도요타자동차는 40억엔을 추가 출자한다. 세계 3위 낸드플래시 업체인 키옥시아도 기존 10억엔에 10억엔을 더 태우기로 했다.
소프트뱅크는 2024년 말 고성능 메모리를 개발하는 회사를 새로 설립했다. 향후 라피더스에서 제조한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이 회사의 메모리를 장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NTT는 차세대 통신 기반 ‘아이온’을 개발 중이다. 아이온의 전기 신호를 빛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반도체에 적용하면 전력 소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라피더스에 기술을 제공한 IBM도 미국 당국의 심사를 거쳐 출자할 계획이다. 실현되면 라피더스에 출자한 첫 외국 기업이 된다. IBM은 라피더스에 자본 지원까지 더해 안정적인 양산으로 이어지게 함으로써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이번에 민간 출자가 예상보다 늘어난 것은 라피더스가 기술적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작년 7월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반도체 소자 작동을 처음으로 확인했고, 12월에는 AI 반도체를 효율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배선층을 시제품으로 제작해 공개했다.
일본 정부는 2나노 반도체 국산화를 경제안보상 중요한 이정표로 삼고 있다. 라피더스는 민관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2027년 홋카이도 공장에서 2나노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라피더스는 2031년까지 7조엔 이상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민간 출자는 1조엔을 목표로 잡았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