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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경제성장 틀렸다…정부의 산업정책 역할 강화해야"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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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경제성장 틀렸다…정부의 산업정책 역할 강화해야"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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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SNS에 “주요 2개국(G2)이 곧 만날 것”이라고 적었다. 미국의 수장이 중국을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는 듯한 표현은 워싱턴에서 상당한 화제였다.

    중국은 서방의 자유로운 시장경쟁 체제를 택하지 않았다.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로 사상의 자유가 충분히 허용되는 나라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중국은 현재의 수준에 이르렀을까.


    이 분야를 연구해 온 제니퍼 린드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국제정치학)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권위주의적으로 권력을 유지하면서 혁신을 통한 성장동인을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균형점을 찾아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성장은 민주주의를 택해야만 경제가 번영한다는 기존 서구 학자들의 인식을 깨는 사례”라고 말했다.

    린드 교수는 중국의 현 체제를 ‘스마트 권위주의’로 규정한다. 스마트 권위주의는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민을 감시하고, 감시와 억압의 수준을 역동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혁신을 위해 통제를 풀었다가도 자유가 정권을 위협한다고 느끼면 고삐를 다시 조이면서 최적점을 찾아왔고, 그 모델이 실제로 경제성장을 이뤄냈다는 증거가 중국”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린드 교수는 시진핑 치하 중국이 시민들을 통제·억압하려는 성향이 강해진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단순한 1인 독재로의 회귀이거나 권력 장악을 위해 경제적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분석했다. 통제 강화와 약화를 오가는 것 자체는 스마트 권위주의의 본질적 속성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서구 주류 정치·경제학자들의 관점과는 어긋난다. 린드 교수는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런 아제모을루 등이『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포용적 제도(민주주의) 없이는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중국 사례에 대해서는 그들이 틀렸다”고 했다.



    아제모을루 교수 등 많은 서구 경제학자에게 한국과 북한의 경제 격차는 민주주의로의 전환이 경제 번영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핵심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중국은 다른 경로로 성장을 만들어냈다. 린드 교수는 한국과 중국이 서로 다른 정치체제를 갖게 된 근본적인 차이는 없었다고 봤다.단지 “경제 성장 후 민주화 요구가 높아졌을 때 한국과 대만의 지도자들이 민주적 이양을 결단한 반면, 중국 공산당은 천안문 사태 당시 탱크로 국민을 진압하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이러한 모델을 성공시키면서 세계 각국에서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에티오피아 등 '정치적 통제와 경제적 혁신'을 동시에 원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로 수출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중국의 성공은 미국도 바꾸고 있다. 린드 교수는 미국 내에서도 정부 개입을 통한 산업 육성의 필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면서 “실리콘밸리의 성공 이면에도 냉전 시대 미 정부의 막대한 국방 연구개발(R&D) 투자가 있었던 만큼, 정부가 무조건 손대지 않는 게 최선은 아니다”고 했다.

    다만 정부 개입 수준을 높이는 것은 리스크도 있다. 린드 교수는“정부가 승자를 잘못 고르거나, 기업이 보조금에 안주해 비효율적으로 변할 수 있다”면서도 “저리 금융을 통해 기업들이 쉽게 비즈니스를 시도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등의 정책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중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한국에 대해 “가능한 한 오랫동안 헤징 전략을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양쪽이 싫어하겠지만, 어느 한쪽이 양자택일을 강요하기 전까지는 균형을 잡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강화가 도움이 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미국과 중국이 어느 편이냐고 물을 때 브라질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음은 린드 교수와의 일문일답.



    ▶중국의 성장을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중국 공산당(CCP)의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고, 둘째는 혁신을 통해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이 두 목표 사이에는 긴장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보통 양립할 수 없다고 여겨지지만, 중국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균형점을 찾아냈습니다. 권위주의를 (국민에게) 적응시키는 것입니다. 그들은 싱가포르, 박정희 치하의 한국, 그리고 대만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대런 아제모을루 같은 학자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민주주의와 경제 번영이 함께 간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제모을루와 로빈슨은 지난해 노벨상을 받았지만, 중국 사례에 대해서는 틀렸습니다. 그들은 ‘권위주의는 혁신을 주도할 수 없으므로 지속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혁신 기반 성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는 제도주의 경제학의 기존 문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례입니다.”

    ▶중국이 이런 성장 경로를 ‘선택’한 순간이 있었다고 보십니까.

    “명확한 순간이 있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권위주의 모델을 적응시킨다는 측면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덩샤오핑 때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당을 좀 더 개혁적이고 자유로운 방향으로 이끌었습니다. 지도부 내에서 당을 더 다원적으로 만들고, 시장 친화적인 정책들을 따르게 했죠. 경제특구를 지정하고 경제 개혁을 실행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해서 이뤄낸 초기 단계의 성장은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도 해냈던 추격형 성장이었기에 그렇게 놀랍지 않습니다. 중국의 진정한 차별점은 권위주의를 유지하면서 그 다음 단계인 ‘혁신 주도 성장’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혁신 기반 성장은 최근 10년 사이의 일입니다. 즉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하고 경제가 혁신을 창출하는 쪽으로 전환해야 했을 때부터 본격화됐습니다. 이전에 그런 모델을 성공시켰던 사례는 싱가포르 뿐입니다.”

    ▶시진핑 시대에 들어서 중국은 더 공격적이고 억압적으로 변했습니다. 중국의 모델이 바뀐 건 아닌가요.

    “시진핑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견해는 그가 덩샤오핑 이후 이어진 개혁·개방과 유연한 권위주의 모델을 버리고, 다시 1인 독재와 강력한 통제로 회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국 경제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죠. 하지만 제 견해는 다릅니다. 중국은 여전히 ‘스마트 권위주의’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 모델은 매우 역동적(dynamic)입니다. 혁신을 위해 통제를 풀었다가도, 그 자유가 정권을 위협한다고 느끼면 다시 조이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통제의 강화는 이 모델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진핑의 통제 강화는 모델의 포기가 아니라, 너무 풀린 고삐를 다시 조이는 ‘스마트 권위주의’의 작동 과정이라고 봅니다. ”

    ▶한국이나 대만도 권위주의 시절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결국 민주화되었습니다. 경제가 발전하면 민주화 요구가 거세지는 게 자연스러운데, 중국은 왜 민주화되지 않았을까요.

    “한국과 대만도 경제 성장과 함께 거대한 민주화 요구에 직면했습니다. 당시 지도자들은 국민을 학살하지 않고 민주적 이양을 ‘선택’했습니다. 1980년대 후반 서울 올림픽 등 국제적 시선도 영향을 미쳤겠죠. 이것은 인간의 결단이었습니다. 중국 역시 천안문 사태 때 같은 요구에 직면했지만, 공산당은 탱크를 끌고 나와서 국민들을 쏘는 ‘선택’을 했습니다. 다른 정권들이 민주화를 택할 때, 중국은 ‘권력을 유지하면서 더 똑똑하게 통제하는 길’을 택한 유일한 국가입니다.”

    ▶중국의 모델이 다른 나라로 확산될까요.

    “이미 수출되고 있습니다. 원래 이 모델의 원조는 리콴유의 싱가포르였고, 중국이 이를 배워갔습니다. 이제는 중국이 베트남, 중동(사우디, UAE), 아프리카(에티오피아), 모로코 등으로 이 모델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정치적 통제를 유지하면서 경제적 혁신을 원합니다.”

    ▶인적, 물적 자원이 풍부한 중국의 여건이 이런 체제를 가능케 한 것은 아닌가요.

    “자원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일본, 한국, 싱가포르 모두 자원 없이 성공했습니다. 중국의 핵심 광물 지배력은 환경 파괴를 감수하면서까지 전략적으로 육성한 결과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중국은 자신들을 이 위치에 올려놓기 위해 특정 발전 전략을 추구한 겁니다. 인구도 많으면 시장이 되지만 부양 부담이 되기도 하죠. 중요한 건 자원의 유무가 아니라 정부의 전략입니다.”

    ▶미국도 최근 산업 정책을 강화하며 중국식 ‘국가 자본주의’를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이 정치적으로 권위주의화된다는 언론의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중 제가 꽤 불만스러워하는 것들도 많습니다만 조잡한 (권위주의) 딱지를 붙이는 것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재 미국 내에서 ‘중국처럼 더 적극적인 산업 정책이 필요한가’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 것은 사실입니다. 새로운 건 아닙니다. 과거 일본이 부상했을 때도 미국 내에서 ‘우리도 일본처럼 정부가 주도해야 하나’라는 논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대상이 중국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중국이 ‘중국 제조 2025’ 정책처럼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특정 분야를 지정하고, 대규모 자금 투입을 선언한 것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제조업의 전 분야를 수직계열화, 내재화하는 중국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죠. 어떤 이들은 ‘중국은 너무 대단하고, 중국은 이 모든 걸 해냈어. 중국의 미래는 계속 전진하겠지만 미국은 쇠퇴하고 있어’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시각이 중국의 성장이 미래에 직면할 현실적인 도전들과, 미국과 더 자유로운 경제가 가진 현실적인 장점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의 성공요인을 분석할 때 늘 되풀이되는 논의의 흐름일 뿐입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의 플랫폼 기업들은 큰 성공을 이뤘습니다. 이런 성공이 중국식 권위주의 통치 하에서도 가능했을까요.

    “사실 실리콘밸리의 성공 이면에는 냉전 시대 미국 정부의 막대한 국방 분야 연구개발(R&D) 투자가 있었습니다. 소련과의 미사일 경쟁이 있었고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었습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승자’를 고르는 대신에, 서로 다른 기업 간의 경쟁을 장려해서 더 낫고 더 혁신적인 기업이 성공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지역 대학들 및 국립 연구소들과 협력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저는 미국의 접근 방식이 우리가 실리콘 밸리에서 보는 성공을 만들어내는 데 꽤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자동차산업을 키울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정부는 현대차 등에게 ‘자, 여기 돈이 있으니 가져가라’고 하지 않고, ‘돈을 줄 테니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지 보겠다’고 했습니다. 기업이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현명한 방법이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차를 만드는 여러 글로벌 회사는 모두 많은 정부 개입을 통해 형성된 것입니다. ”

    ▶정부 개입의 비용도 클 텐데요.

    “맞습니다. 정부가 승자를 잘못 고르거나, 기업이 보조금에 안주해 비효율적으로 변하는 위험이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너무 가까워져서 정부가 더 이상 기업을 규율하려 하지 않게 되는 거죠. 또한 정부가 경쟁력 있다는 이유로 대기업에만 집중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우리가 말하는 진입 장벽이 매우 높아집니다. 새롭고 혁신적인 기업들이 그 산업에 뛰어들어 경쟁하고 싶어도, 기존 기업들이 너무나 거대한 이점을 가지고 있어서 기본적으로 배제되는 거죠. 하지만 산업정책 갖는 것 자체가 위험은 아닙니다.”

    ▶중국의 과잉 생산과 저가 공세에 세계가 시달리고 있습니다. WTO 같은 국제기구는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WTO는 중국의 보조금과 덤핑을 막는 데 실패했습니다. 중국 모델이 WTO 규정의 허점을 파고들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의 지적대로, 우리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기구를 따를 이유는 없습니다. 유일한 대응책은 ‘관세’입니다.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는 것처럼 시장 접근을 차단해야 합니다. 중국이 과잉 생산분을 수출로 해결할 수 없게 되면, 결국 내부 소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경제 모델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협상이나 약속이 아니라, 시장의 원리로 강제해야 합니다.”

    ▶중국 체제가 내부 모순으로 붕괴할 가능성은 없나요.

    “권위주의 체제의 붕괴 시점을 예측하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소련 붕괴도 아무도 예상 못 했죠. AI와 디지털 감시 기술 덕분에 풀뿌리 혁명은 어려워졌습니다. 가장 큰 위험은 정권 내부의 분열이나 ‘정보의 실패’입니다.

    스마트 권위주의가 작동하려면 정권이 정확한 내부 정보(불만, 경제 상황 등)를 가져야 합니다. 중국은 내부 보고서(내참) 등을 통해 이를 해결해 왔지만, 시진핑 1인 체제가 강화되면서 관료들이 듣기 좋은 보고만 올리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는 체제의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안보와 민주주의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엮인 딜레마에 있습니다.

    “많은 한국인 동료들이 한국의 처지를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로 비유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제 조언은 ‘가능한 한 오랫동안 헤징(hedging·양다리) 전략을 유지하라’는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 양쪽이 싫어하겠지만, 어느 한쪽이 한국에 양자택일을 강요하기 전까지는 균형을 잡는 게 합리적입니다. 현 트럼프 행정부는 덜 노골적이지만, 미래의 미국 행정부나 중국의 태도 변화에 따라 선택을 강요받는 시점이 올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버티는 게 상책입니다.”

    ▶한국이 글로벌 사우스와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글로벌 사우스와의 관계 강화는 좋지만, 미·중 갈등의 해결책은 될 수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상반되는 요구를 할 때 브라질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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