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 발전은 정책 변화에 따라 부침이 심한 섹터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유수의 나라도 상황은 같다. K-원전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ESG 논의로 일시 멈춤할 때 밸류체인을 유지하며 대체 불가능한 지위를 확보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원전 산업이 누리고 있는 빅 사이클이 과거와 다른 결정적 이유로 ‘밸류체인의 유지’를 꼽았다. ESG 기조 아래 원전 건설을 사실상 멈췄던 미국이나 프랑스와 달리 한국은 내부적인 진통 속에서도 꾸준하게 신규 원전을 건설하며 생태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보글(Vogtle) 원전’은 숙련공 부재와 공급망 붕괴로 공기가 7년 지연되며 예산이 당초보다 2배 이상 폭증했고 프랑스의 ‘플라망빌 3호기’ 역시 12년 이상 지연되며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끊임없이 원전을 지으며 특수 공정에 종사하는 숙련공과 하청 업체들의 맥을 이어왔다. 문 애널리스트는 “미국, 프랑스 등 원전을 등한시하던 타 국가와 달리 꾸준하게 신규 원전을 건설하며 밸류체인을 유지했기 때문에 압도적인 경제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숙련도가 현재 한국 원전이 독보적인 지위를 점하게 된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 원전 산업이 가지는 우위로 문 애널리스트는 원전 건설에서의 ‘경제성’과 ‘납기 준수 능력’을 꼽았다. 한국은 정해진 예산 내에서 기한을 엄수해 원전을 완공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증명했다. 이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고 공기가 곧 비용인 글로벌 원전 프로젝트 수주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원전 섹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이벤트이자 리스크는 ‘한·미 원전 협력 결과’다. 미국의 원전 건설 요구와 관련하여 우리나라가 언제, 어떻게 그에 응하는지가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전망이다.
다만 국가 간 및 기업 간 합의해야 할 사항이 많은 만큼 협력이 지연될 가능성은 리스크 요인이다. 문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원전 건설 요구에 대해 우리나라가 언제 어떻게 응하는지가 핵심이며 협력 지연 여부가 주요 리스크”라고 전했다. 한·미 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상반기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문 애널리스트가 꼽은 담당 섹터 내 최선호주는 한국전력과 한전기술이다. 그는 “한·미 원전 협력이 성사될 경우 이들이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저평가되어 있으나 성장이 기대되는 ‘히든 챔피언’으로는 두산퓨얼셀을 지목했다. 이는 최근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 애널리스트는 “만약 AI 데이터센터향 수주에 성공한다면 두산퓨얼셀은 제2의 블룸에너지(Bloom Energy)가 될 수 있다”며 그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