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쿠팡 사태가 통상 마찰의 뇌관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고환율·고물가로 서민들이 신음하고 있다며 반기업 정책과 돈 푸는 정책을 중단하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中 이익 대변한다"는 미국의 의구심 없도록 한미동맹 강화해야
장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국회의 비준 지연을 이유로 댔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하원 공화당 법사위원회는 관세 인상 발표 직후, "쿠팡과 같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표적으로 삼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입장을 공식 계정에 올렸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미국 JD 밴스 부통령은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쿠팡 사태부터 따졌고 트럼프 2기 인수위원회에도 관여했던 조 론스데일 팔란티어 공동창업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 근로자들과 성장, 무역 관계를 희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소개했다. 장 대표는 "쿠팡 사태가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통상 마찰의 뇌관이 된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틈바구니에서 대한민국의 선택을 묻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장 대표는 "미국은 쿠팡에 대한 과도한 제재가, 중국 C-커머스의 한국 시장 잠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며 "동맹국인 한국의 데이터 주권, 유통 주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중대한 침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일방 통과시킨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미국 국무부가 "미국 기반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표현의 자유를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장 대표는 "당장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은 25% 관세를 적용받는 동안 7조2000억원의 천문학적인 관세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며 "통상 협상을 제때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가서 ‘땡큐’ 하고, 중국에 가서 ‘셰셰’하는 외교는 ‘실용외교’라고 할 수 없다"며 "한미동맹이 흔들리면 한중 관계에서도 열세에 놓인다"고 했다. 아울러 트럼프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알래스카와 그린란드 개발에도 한국이 참여할 길을 열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 대표는 또한 '1조 3000억원에 달하는 국방비 미지급 사태',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중지하려는 정책 방향', '대북 방송 중단' 등의 사례를 들며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북한의 입장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입장에 서길 바란다"며 "이 정권이 외면하고 있는 북한 인권 문제, 국민의힘이 시민사회,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챙기겠다"고 했다.
"소비 쿠폰에…시중 통화량 역대 최고 4498조 기록, 물가에 기름 부어"
경제 부문에 대해 장 대표는 과도하게 풀린 돈이 고환율, 고물가를 불러왔다고 직격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작년 11월 시중 통화량은 전년 대비 8.4% 증가해 역대 최고인 4498조원이었다. 장 대표는 "이재명 정권 출범 후 소비쿠폰 등 돈을 풀기 시작하면서, 8월 이후 4개월 연속 8%대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며 "GDP 대비 통화량 비율은 150%를 넘어 70%대를 기록하는 미국에 비해 돈이 두 배 이상 더 풀렸다"고 꼬집었다. 이로 인해 환율은 달러당 1500원대에 육박하며 원화 가치가 급락해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 원화의 실질 실효 환율은 주요 64개국 가운데 63위를 기록했다는 주장이다. 장 대표는 "2024년 이후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통화가 안정됐지만, 원화 가치는 10% 넘게 떨어져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다"며 "환율 폭등으로 수입 물가는 6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고 중소기업들은 원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쌀값은 전년 대비 18.9%나 올랐고, 사과 19.6%, 귤 15.1% 등 과일값 상승에 이어 돼지고기, 소고기도 4% 넘게 올랐다. 삼겹살, 김밥, 칼국수 같은 서민 외식 물가도 5%대의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그는 "과도하게 풀린 돈에 무모한 부동산 정책이 더해지면서 주거비용도 치솟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년 전보다 무려 19.3%나 오른 15억2162만원을 기록했다. 평균 전세가격도 6억6948만원으로 1년 전보다 5.8% 뛰었다.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은 1년 사이에 13만 원 이상 올라 평균 147만6000원을 기록했다. 그는 "집을 팔기도 어렵고, 사기는 더 어렵고,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는 폭등하는 삼중, 사중의 부동산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경제의 성장엔진을 살리는 대신, 현금 살포라는 반시장적 포퓰리즘을 선택했다"며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틈만 나면 ‘추경’을 거론하며, 돈을 더 풀 궁리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대 취업자가 무려 17만 명 감소했고 15세에서 29세 청년 고용률은 45.0%로 20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구직을 포기한 ‘그냥 쉬었음’청년이 70만 명을 훌쩍 넘었다는 통계를 인용해 정부를 비판했다.
오는 3월 10일 시행되는 노란봉투법과 관련해선 "이미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하청업체 100여 곳이 법도 시행되기 전에 원청업체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며 "대기업은 수천 개에 달하는 협력업체 노조들과 1년 내내 단체교섭을 해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어느 기업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릴 수 있겠냐"며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주한유럽상공회의소의 입장문이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했다.
"판사는 고르고, 검찰은 해체...독재는 총칼이 아니라 법률로 완성"
더불어민주당이 통과시킨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에 대해선 "말 잘 듣는 판사를 고르고, 재판까지 입맛대로 진행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판결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명백하게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장 대표는 "독재는 총칼이 아니라 법률로 완성된다"며 "나치 정권의 특별법원, ‘인민법정’이 그랬다.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정치인과 무고한 국민을, 법의 이름을 빌려 가장 빠르고 가장 악랄하게 제거했다"고 사례를 들었다.또한 "검찰개혁 한다면서, 검찰을 해체하고 이재명 친위 수사대를 만들려 하고 있다"며 정부의 법안대로 중수청이 설치되면, 이재명 청와대 출신들이 조직을 장악하고 시민단체 출신 친정권 변호사들이 수사사법관 자리를 채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 해체의 피해는 애꿎은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과 돈 없고 힘없는 서민들로 나뉘는, ‘인권의 양극화’만 불러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2차 특검과 내란특별재판부를 철회하고, 검찰 해체 시도를 중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천원의 삼시세끼, 편의점 도시락 바우처, 공공임대 쿼터제 등 청년 지원 정책 제시
장 대표는 이날 비판 일변도가 아니라 대안 정당으로의 비전도 제시했다. 그는 "이재명 정권은 ‘노력하면 바보가 되는 나라’를 만들고 있다"며 "노력이 빛나는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먼저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들이 과도한 세금 부담에 시달리지 않도록, 근로소득세 기본공제 상향, 소득세법 개정 등 ‘유리지갑 지키기’패키지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에서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청년 채용을 늘리는 기업의 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인세 최고 세율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인하하고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대전환해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현재 각 지역에서 운영 중인 ‘규제자유특구’도 ‘메가프리존’으로 확대해 미래산업이 지방 성장의 동력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청년 대상 참신한 정책도 돋보였다. 장 대표는 ‘천원의 아침’을 ‘천원의 삼시세끼’로 확대해 점심과 저녁, 방학 기간까지 제공하고 대학 부담분의 국비 지원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비진학 청년을 위해서는 편의점과 협약해 ‘편의점 도시락 바우처’를 월 20장 지급하겠다고도 했다. 국가기술자격 응시료를 무제한 지원하고 포인트 차감형 바우처 카드를 도입해 어학 및 자격증 시험 응시료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혼인 신고일 기준 3년 이내 무주택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가족드림대출’ 시행 △채용청탁, 고용세습 적발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 △군복무 경력의 호봉 인정 법제화 △‘중소기업 취업청년 소득세 감면’ 영구화 △신규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 및 매입 임대 물량의 30%를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의무 배정하도록 하는 ‘공공임대 쿼터제’ 법제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 개혁과 관련해선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요건을 대폭 축소해 중대 비리·부패·선거범죄에 대해서는 국회 동의 없이도 사법 절차가 작동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의 보좌진에 대한 갑질을 방지하는 국회법 개정도 시사했다.
특히 선거 연령을 16세로 낮추는 방안도 제안했다. 장 대표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사회적 판단력에서 성인들에게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16세 이상이면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