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당 승환 피해 속출
4일 금융감독원이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33개 보험회사의 무·저해지 보험 3년(37회차) 유지율은 지난해 6월 말 64.9%(단순 평균 기준)를 기록했다. 가입자의 35.1%는 환급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계약을 깼다는 뜻이다. 무·저해지 보험은 해약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보험료가 표준형 상품보다 10~30% 저렴하다. 무·저해지 보험에 가입했다면 중도 해약하지 않고 만기까지 유지하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최근 암보험이나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에서 무·저해지 상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판매된 보장성 보험 가운데 무·저해지 상품 비중은 68.5%를 기록했다. 2023년 같은 기간에는 무·저해지 상품 비중이 46.7%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무·저해지 상품이 대부분인 시장에서는 낮은 유지율이 곧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3년 유지율이 80%대에 달한다. 우리나라 유지율이 낮은 건 국내 보험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승환 계약’이 횡행하고 있어서다. 승환은 기존 보험 계약을 해지시키고 신계약 체결을 유도하는 것이다. 일부 설계사들은 수수료 수입을 늘리기 위해 고객에게 불리한 승환을 유도하곤 한다.
고객이 1~2년 이내에 계약을 해지하면 설계사에게 지급된 수수료는 환수된다. 이 때문에 설계사들은 통상 계약 2~3년 차에 승환을 유도한다. 실제 무·저해지 보험 유지율은 1년(13회차) 88.2%에서 2년(25회차) 75.6%, 3년(37회차) 64.9%로 급격히 하락한다. 반면 3~5년 유지율은 64.9%, 64.5%, 64.5% 수준으로 거의 동일했다.
◇ 제도 개편 앞두고 ‘막차 경쟁’
회사별로 보면 3년 차 무·저해지 보험 유지율이 가장 낮은 곳은 AIA생명(25.4%)이었다. 그 뒤로 한화생명(49.1%), 푸본현대생명(52.8%) 순이었다. 생명보험사 유지율이 낮은 건 종신보험에 가입한 뒤 해약하는 사례가 많고, 단기납 상품 비중이 높은 것 때문으로 분석된다. 손해보험사 중에는 삼성화재(60.0%), 메리츠화재(60.5%), 예별손해보험(63.5%), 한화손해보험(64.7%) 등의 3년 차 유지율이 낮았다.금융당국도 과도한 수수료 지급과 낮은 유지율을 개선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섰다. 선지급 수수료 외에 최대 7년간 분할 지급하는 유지관리 수수료를 신설하고, GA 소속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에도 ‘1200%룰’(계약 첫해 수수료 월 보험료의 12배 이하 제한)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수료 분급제와 GA 1200%룰 적용은 각각 내년 1월, 올해 7월부터 시행된다. 보험업계에서는 제도 시행에 앞서 ‘수수료 출혈 경쟁’이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도 시행 전 수수료를 최대한 챙기려는 GA·설계사 수요와 ‘단기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더 많은 수수료를 지급하겠다’는 보험사 수요가 맞아떨어져서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