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게 시작한 새해가 어느덧 한 달을 지나 2월을 맞았다. 시간은 우리의 소유라기보다 잠시 맡겨진 자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필자는 올해의 화두를 ‘스튜어드십(stewardship)’에 두고 싶다.스튜어드십은 자산을 맡은 이가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충실히 관리·운용해야 한다는 경제적 개념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그 뿌리는 훨씬 깊다. 성경적 의미의 스튜어드십은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라 맡겨진 것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언젠가 그 사용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는 책임이고, 권리보다 의무가 앞서는 태도다.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를 보면 스튜어드십에 기반한 중장기 투자기관도 존재하지만, 많은 대기업은 여전히 오너십 기반으로 운영된다. 문제는 ‘오너’라는 단어가 부정적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현실의 경영 현장에서는 지분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하고, 사회적 시선까지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작지 않다.
2세 경영자들은 창업주와 출발선이 다르다. 창업가가 무(無)에서 기업을 일궜다면, 2세 경영자들은 이미 형성된 기업과 지분 구조를 바탕으로 경영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그렇기에 축적된 자산과 신뢰를 더 크게 키워 다음 시대의 경영 주체들에게 더 나은 상태로 넘겨줘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이 먼저 주어진다.
필자는 이러한 책임 의식을 ‘소명’이라 부르고 싶다. 여기서 영어 단어 ‘calling’이 떠오르는 이유는 그것이 외면할 수 없는 책임의 호출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는 주어진 권한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맡겨진 것을 끝까지 돌보고 더 나은 상태로 넘겨주라는 요구이자 자신과의 약속이다. 그래서 경영은 특권의 행사가 아니라 책임에 대한 응답이 된다.
지금 세계는 무역 질서의 재편과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확산이라는 새로운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오너십은 소유한 지분만큼의 권리뿐만이 아니라 자원을 재배치하고 미래로 연결하는 관리 책임에 가깝다. 이는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를 지켜내는 수호자(guardian)의 역할에 더 가깝다.
지속 가능성을 경영의 중심에 둔 기업이 많아질수록 그 성과는 경제 전반으로 확산한다. 일자리와 투자가 늘고, 기술과 신뢰가 축적되면서 국가 경쟁력 또한 높아진다. 기업을 오래 지키고 키우려는 태도는 결국 사회 전체의 안전판을 두텁게 하는 일이 된다.
스튜어드십은 감시의 언어가 아니라 다짐의 언어다. 기업 경영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책임 있는 주체의 약속으로 보는 관점이다. 필자에게 경영은 내 것을 키우는 일이 아니라 맡겨진 것을 더 나은 상태로 돌려주는 과정이다. 그래서 나의 사명은 개인의 야망이 아니라 청지기로서의 숙명에 가깝다. 기업을 더 성장시키고, 세대가 바뀌어도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을 남기는 것. 오늘의 오너십이 감당해야 할 진정한 책임이며, 2세로서 경영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근본적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