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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혹시, '사소함의 법칙'에 빠져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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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혹시, '사소함의 법칙'에 빠져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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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함의 법칙(law of triviality)’이라는 개념이 있다.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경영학자인 시릴 노스코트 파킨슨이 1950년대에 제시한 이 법칙은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중요한 사안보다 중요하지 않은 사안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아이러니한 행동을 날카롭게 짚는다. 중요할수록 판단이 어려워지고 그럴수록 우리는 오히려 사소한 문제로 시선을 돌린다는 것이다.

    파킨슨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가상의 회의 장면을 예로 들었다. 회의의 첫 번째 안건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원자로 건설 문제다. 원자로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큰돈이 걸린 중대한 사안인 만큼 충분한 논의와 숙고가 이뤄지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정반대다. 참석자들은 서로 발언을 미루거나 책임을 회피한 채 단 2분 30초 만에 합의에 도달한다.


    반면 자전거 보관소의 색상이나 회의용 간식비 책정처럼 예산 규모가 작고 이해하기 쉬운 안건에는 한 시간 넘는 토론이 이어진다. 어려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보다, 손쉽게 결론을 낼 수 있는 사안에 집중하며 ‘무언가 해냈다’는 만족을 얻는 것이다. 제3자의 시선에서 보면 다소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 사소함의 법칙은 집단 의사결정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놀랍게도 개인이 혼자 판단을 내릴 때조차 동일한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

    퇴직연금 관리는 사소함의 법칙이 드러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퇴직연금은 직장인의 노후 삶을 지탱하는 핵심적인 경제적 기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뒤 내가 얼마의 퇴직연금을 받게 될지에 대한 관심은 오늘 점심 메뉴나 커피값에 대한 관심보다도 뒤로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금액의 크기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따져보면 퇴직연금이 훨씬 더 중요한데도 말이다.


    이러한 무관심은 실제 운용 행태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근로자가 스스로 운용에 책임을 져야 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 상당수가 예금 위주의 보수적 운용에 머물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퇴직연금의 미래 가치를 갉아먹고, 은퇴 이후 구매력을 약화시킨다.

    다행인 점은 최근 들어 이 사소함의 법칙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관심을 넘어 실제 투자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와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에서 근로자가 직접 운용 책임을 지는 DC형으로 전환한 근로자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을 때,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급여 감소나 낮은 임금 상승률을 이유로 든 응답도 있었지만,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답변은 분명했다. 바로 “내가 직접 투자해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싶어서”였다.



    사소한 것에 머물지 않고 큰 그림을 보기 시작한 이들의 퇴직연금 ‘머니 무브’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DB형 퇴직연금의 적립금 비중은 지난해 전체 퇴직연금의 50% 아래로 떨어지며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나머지 50% 이상은 DC형 퇴직연금과 IRP가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제도에서는 개인의 투자 판단과 역량이 노후자금 규모를 좌우한다.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근로자의 관심과 참여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분명히 환영할 만한 변화다. 다만 초보 연금 투자자가 경계해야 할 점도 있다. 특히 최근처럼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일수록 초보 투자자는 ‘과신’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해외 행동재무학 연구에 따르면, 투자 경험이 적은 초기 투자자일수록 시장 상황이 좋을 때 자신의 판단력과 투자 능력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시장이 좋을수록 초보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더 위험한 환경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직접 운용이 곧바로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사소한’ 단기 수익률에 집착하는 순간 정작 더 중요한 장기 수익률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오현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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