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발달로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의 위상이 흔들리는 가운데 데이터분석 기업 팰런티어가 홀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고객사의 데이터 수집·관리부터 운영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통합 솔루션으로서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팰런티어는 뉴욕 증시에서 전날보다 6.84% 오른 157.8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마리아나 모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는 전날 발표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두고 "이런 성과는 팰런티어가 혼란 속에서도 살아남고 번창할 기업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팰런티어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 성장하고 영업이익률 57%를 기록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거뒀다. 통상 업계에서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매출 성장률과 영업이익률의 합이 40%를 넘으면 성장과 수익성이 안정된 기업으로 인정받는 '40%의 규칙(Rule of 40)'이 통용된다. 팰런티어는 이 수치에서 127%를 기록한 것이다. 내년도 매출 증가율과 영업이익률 합의 예상치는 118%로 제시했다.
이는 최근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약세와 대조된다. 이날 세일즈포스(-6.85%) 인튜이트(-10.89%) 서비스나우(-6.97%) 어도비(-7.31%) 주가는 급락했다. 지난달 30일 앤스로픽이 자사 AI에이전트 클로드 코드의 기능을 법률 문서 자동화 등으로 확장한다는 소식이 뒤늦게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약세는 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된다. 우선 AI 코딩 도구가 발전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구독하던 고객사들이 이런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또 AI에이전트가 사람을 대체하면서 SaaS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인 좌석 기반 요금제가 위협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팰런티어가 이런 약세 요인과 거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데이터 수집부터 정제, 운영과 실행까지를 아우르는 팰런티어의 엔드투엔드(End-to-end·처음부터 끝까지) 솔루션은 쉽게 대체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팰런티어는 고객사의 의뢰를 받으면 전방배치엔지니어(FDE)를 투입한다. FDE는 기업 현장에서 팰런티어 운영체제(OS)를 도입하는 인원을 말한다. FDE는 기존 기업이 갖고 있던 전사적자원관리(ERP) 데이터와 문서 등 비정형 데이터까지 수집하고, 이를 파운드리·고담 등 자사 플랫폼에 적용하는 과정을 모두 지원한다.
이를 통해 고객사는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디지털 트윈 형태로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AI에이전트를 통한 업무 자동화까지 팰런티어 OS 내에서 구현된다.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는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데이터 발굴부터 도와주는 팰런티어의 지원은 다른 기업들이 따라하기 힘든 차별화 요소"라고 설명했다.
최근 스타트업과 세일즈포스, 어도비 등도 팰런티어의 FDE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십수 년간 수많은 기업·정부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원조 팰런티어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팰런티어는 AI를 통해 타사 데이터를 자사로 옮기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샴 산카르 팰런티어 CTO는 전날 콘퍼런스콜에서 "AIFD는 이제 복잡한 SAP ERP 마이그레이션(데이터 이동)을 지원할 수 있으며, 수년이 걸리던 작업을 단 2주 만에 완료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AIFD는 데이터 연결·통합을 도와주는 팰런티어의 AI 에이전트다. AI에 먹히는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니라 AI로 대체하는 포식자의 위치에 선 셈이다.
좌석 기반 요금제 역시 팰런티어와는 거리가 먼 얘기다. 팰런티어는 정부·공공기관용 플랫폼인 고담은 고객사가 사용하는 중앙처리장치(CPU) 코어당 가격을 책정하고, 기업용 플랫폼인 파운드리는 연 단위 계약을 기반으로 창출 가치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형태로 알려졌다.
보안 또는 안전성 문제로 기존 소프트웨어를 대체하기 어려운 군·정부기관 등 고객사를 다수 확보한 점도 팰런티어가 안정적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