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일 국무회의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종료할 때 ‘계약일 기준’을 적용하고 잔금 납부를 최대 6개월까지 허용하기로 한 것은 매물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주택자 때리기’가 매물 증가와 부동산 가격 안정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수도권 대부분이 ‘다중 규제’에 묶여 있어 매도가 쉽지 않아서다. 강남 3구 등을 제외한 지역은 토지거래허가제를 소폭 완화해 다주택자 퇴로를 열어주는 동시에 최근 잇따른 대통령의 강공 메시지로 압박 수위도 높이는 투트랙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5월 9일까지 계약, 6개월 내 잔금
이날 업계에 따르면 다주택자 중과 유예가 오는 5월 9일로 만료될 것이라는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에도 부동산 시장에서는 큰 움직임이 없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이 토지거래허가제,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어 집 주인이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기존 양도세 중과 유예는 잔금을 치르거나 소유권 이전 등기를 완료한 시점이 기준이다. 매매 약정(가계약)을 맺더라도 구청의 거래 허가에만 2~3주가 걸리고, 실계약에 잔금 납부까지 총 3~4개월이 걸려 5월 9일까지 주택을 처분하는 게 쉽지 않다. 토지거래허가 구역에서는 주택 매수자가 4개월 내 해당 주택에 입주해 2년 이상 살아야 하다 보니 세입자가 있는 집은 원칙적으로 매매를 할 수도 없다.
정부가 ‘계약일 기준’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이런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계약일을 기준으로 세법 적용 시점을 인정해 주면 잔금·등기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중과를 피할 길이 열린다.
정부는 다만 계약일을 형식적으로 맞춰 세금을 회피하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3~6개월이라는 잔금·등기 시한을 두기로 했다. 지난해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에 새로 포함된 지역은 ‘5월 9일까지 매도 계약 후 6개월 내 잔금·등기’가 조건이다. 서울에서는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과 과천, 광명, 성남(분당·수정·중원) 등이 해당한다. 기존 규제지역이던 강남 3구와 용산구는 잔금·등기 시한이 3~4개월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신규 규제지역에만 토허제 주택 매수 때 입주 시한을 4개월이 아닌 6개월로 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주택 가격이 10억원 올라 현재 20억원인 주택(15년 보유)을 매매할 때 지금은 양도세 2억6000만원만 내면 되지만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 2주택자는 126%, 3주택 이상은 165%가량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 양극화 심화, 대출 규제도 걸림돌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다주택자 중과 유예 종료가 공식적으로 언급된 지난달 23일 5만6219건에서 이날 5만7850건으로 2.9% 늘었다. 매물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송파구로, 10.4%다. 이어 성동구(10.3%), 광진구(6.9%), 강남구(6.7%), 강동구(6.3%), 서초구(5.6%), 용산구(4.5%) 순이다.강남 매물이 소폭 증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핵심지보다는 수도권 외곽 위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세금 부담을 줄이려면 가장 가치가 높은 자산을 남기고 덜 오른 주택부터 팔아야 해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양도차익이 적은 외곽 지역부터 처분 물량이 나타나 서울 집값 상승 폭이 둔화할 수 있다”며 “보유세를 어떻게 할 건지가 아직 확실하게 나오지 않은 데다 지방선거 변수도 있어 강남권 주택 보유자는 당분간 상황을 관망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5월 9일 이후다.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 다주택자가 매물을 거둬들이고 거래 절벽이 심화할 수 있다. 매수자의 대출 여력이 줄어든 것도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담보인정비율(LTV)이 40%에 불과한 데다 15억원 이하의 주택에서 6억원, 15억 초과∼25억원 이하의 주택에서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에서 2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이유정/이인혁/이광식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