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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증 천재 수학자가 '죄수의 딜레마'에서 빠져나온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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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증 천재 수학자가 '죄수의 딜레마'에서 빠져나온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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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때때로 가장 눈부신 지성으로 세계를 해석하려 들지만, 결국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사랑이라는 겸허한 언어로 세상을 다시 배우게 된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처럼 이 문장은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삶을 가장 조용히, 그러나 가장 깊게 설명해 준다.




    시간은 1947년 가을의 프린스턴.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가 가라앉고 세상이 새로운 질서를 갈구하던 그해, 가을 햇살이 오래된 돌담의 이끼 사이로 낮게 스며들던 어느 날이었다. 서늘한 바람을 가르며 ‘존 포브스 내쉬’라는 이름의 한 청년이 천천히 캠퍼스에 발을 들인다. 훤칠한 키에 창백한 안색, 무언가에 쫓기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듯한 그 기묘한 눈빛은 단번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미 학계는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온 이 젊은 천재를 향해 "전설이 될 사람"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정작 내쉬에게 타인의 기대나 사회적 예의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는 세상과의 모든 정서적 연결을 스스로 끊어낸 채, 오직 단 하나 ‘아무도 풀지 못한 독창적인 문제’를 찾아내는 데만 자신의 온 생을 걸려는 듯 보였다. 그에게 있어 일상적인 대화는 소음에 불과했고, 인간관계는 논리적 가치가 없는 비효율의 극치였다. 그의 방 창문에는 타인의 목소리가 결코 투과하지 못하는 투명한 벽이 세워져 있었고, 그가 휘갈겨 쓴 노트 위에는 인간의 언어가 아닌 오직 신의 언어라 불리는 수학만이 기하학적인 형상으로 존재했다.


    내쉬는 강의실에 앉아 남이 가르치는 지식을 흡수하는 것을 거부했다. 대신 그는 홀로 창가에 서서 유리창 위에 복잡한 수식을 써 내려가며, 굴절되는 빛의 각도와 나뭇잎의 흔들림, 심지어 비둘기들이 모이를 쪼는 무질서한 움직임 속에서조차 숨겨진 법칙을 찾아내려 애썼다.

    <i>"나는 눈에 보이는 모든 현상 이면의 패턴을 보고 싶다."</i>



    그의 형형한 눈빛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현상계의 무질서 뒤에 숨은 완벽한 질서를 찾으려는 그의 집착은 마침내 누구도 범접하지 못했던 경제학의 성역, 즉 애덤 스미스가 세워놓은 '보이지 않는 손'의 견고한 성벽을 정면으로 겨냥하기 시작했다.




    그의 지적 갈망이 폭발하던 어느 날 밤, 프린스턴 인근의 한 활기찬 바에서 경제학의 역사를 뒤바꿀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온다. 친구들이 바에 들어선 금발의 미녀를 두고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들먹이며 "각자 저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이득"이라고 농담 섞인 경쟁을 벌일 때, 내쉬는 홀로 얼어붙은 듯 그들을 응시한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수천 개의 경로가 기하학적으로 교차하고 있었다.

    <i>"애덤 스미스는 틀렸어."</i>


    내쉬의 차가운 선언에 장내에는 정적이 흐른다. 그는 비웃는 친구들을 향해 광기 어린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일갈한다. 만약 우리가 모두 저 금발 여인에게 달려든다면, 서로를 방해하다 결국 누구도 그녀를 얻지 못할 것이며, 뒤이어 무시당한 그녀의 친구들에게 다가간들 이미 기분이 상한 그들 역시 우리를 거부할 것이라는 통찰이었다. 결국 모두가 패배자가 되는 파국.
    그는 안경 너머로 번뜩이는 눈빛을 빛내며 승리의 해법을 제시한다.

    <i>"우리가 모두 금발을 무시하고 그녀의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간다면, 누구도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모두가 파트너를 찾을 수 있어. 개인이 전체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상대방의 움직임을 고려해 자신의 욕망을 조절할 때만이 최선의 결과가 나오는 거야."</i>



    이것은 150년 동안 경제학을 지배해온 '개인의 이기심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공익이 된다'는 애덤 스미스의 성역을 단 한 문장으로 무너뜨린 순간이었다. 내쉬는 인간의 욕망조차 수식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한 승리감에 도취했다.

    하지만 이토록 차갑고 견고한 그의 논리적 요새에 예고 없이 부드러운 균열이 스며든다. 그 흔들림의 이름은 앨리샤였다. 그녀는 내쉬가 평생을 바쳐 추구해 온 '명확한 정답'과는 가장 거리가 먼, 예측 불가능한 온기를 지닌 존재였다. 모두가 내쉬를 기이한 천재 혹은 오만한 괴짜로 취급할 때, 앨리샤만은 그의 날 선 지성 너머에 숨겨진 깊은 고독을 읽어냈다. 그녀는 정교한 수식으로 증명될 수 없는 헌신과,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인내로 그의 황량한 세계를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내쉬는 비로소 깨닫기 시작한다. 인간은 완벽한 논리로 완성되는 체스판의 말 같은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의 다정한 체온과 닿을 때 비로소 숨을 쉬게 되는 유약하고도 아름다운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의 평온하던 일상의 여백마다 그만이 보고 듣는 존재들이 독초처럼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 빛바랜 가로등 아래, 코트 깃을 세운 채 차가운 눈빛으로 명령을 내리는 비밀 요원 파처는 내쉬의 지적 허영심과 애국심을 교묘히 파고들었다. 반면, 고독한 연구실의 정적을 깨며 나타난 룸메이트 찰스는 그가 세상에 내보이지 못한 유일한 숨구멍이었고, 그의 손을 잡고 해맑게 웃던 어린 소녀 마시는 내쉬가 지키고 싶었던 순수한 세계의 상징이었다.

    스크린 속의 장면처럼, 내쉬의 서재는 서서히 광기의 전시장으로 변해갔다. 사방의 벽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오려진 신문들과 붉은 펜으로 어지럽게 그어진 선들로 가득 찼고, 창문을 가린 두꺼운 커튼 사이로 새어 나오는 희미한 전등불 밑에서 그는 밤을 지새웠다. 잡지 속 무의미한 광고 문구에서 '소련의 암호'를 찾아내겠다며 혈안이 된 그의 눈동자는 핏발이 선 채 번뜩였고, 잉크가 번진 손가락은 허공의 패턴을 쫓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앨리샤가 눈물을 흘리며 그의 어깨를 흔들어도, 내쉬의 귀에는 국가의 운명을 짊어졌다는 파처의 가느다란 속삭임이 아내의 애원보다 더 크고 선명한 '현실'로 울려 퍼졌다.



    그는 조국을 구한다는 숭고한 망상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거대한 유리 감옥에 가두었다. 하지만 그가 세상을 구원하겠다고 믿으며 써 내려간 암호 해독지는 사실 자신을 파괴하는 유서였으며, 그가 지키려 했던 비밀은 어느 순간 가장 사랑하는 아내의 목을 조르는 차가운 어둠의 칼날이 되어 돌아왔다.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 그곳에서 내쉬는 자신이 정립한 그 어떤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는 깊고 고독한 늪으로 서서히 침잠해 가고 있었다.

    정신분열증이라는 이름의 혼돈 속에서 내쉬는 절망하며 깨닫는다. 자신이 평생 추구해 온 ‘세상의 완벽한 패턴’이 사실은 자신을 파괴하고 사랑을 갉아먹는 그림자였음을. 그의 천재성은 쏟아지는 환청으로부터 그를 구하지 못했고, 날카로운 지성은 무엇이 진짜인지 분별하는 힘을 잃었다. 무너진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그가 평생 거리를 두었던 '사람', 그리고 차가운 수식으로는 도저히 계산할 수 없는 앨리샤의 지독한 인내였다. 그녀는 남편의 일그러진 얼굴을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게 진짜예요. 당신을 만지는 내 손, 당신이 느끼는 이 온기가 진짜예요."

    기나긴 세월이 흘러 백발의 노교수가 된 그는 더 이상 환영을 지우려 싸우지 않았다. 대신 그는 조용히, 그리고 사려 깊게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되 따르지 않는 법을 배웠다. 그것은 수학적 증명보다 훨씬 위대하고 고통스러운 '의지의 균형'이었다. 이 고통스러운 조율의 과정은 그가 젊은 시절 정립한 '내쉬 균형'의 참된 의미와 맞닿아 있었다. 그가 세상에 던진 화두는 명확했다. 각자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냉혹하게 경쟁하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질 때, 사회는 결국 모두가 패배하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서로를 믿지 못해 각자 최선이라고 내린 선택이 전체를 지옥으로 만드는 이 비극적 패턴을 깨는 유일한 길은, 나만이 아닌 타인의 최선을 함께 고려하는 '연대'와 '신뢰'에 있었다.

    마침내 1994년, 노벨 경제학상 시상식의 환한 조명 아래 선 그는 생의 모든 영광을 뒤로하고 객석의 아내를 바라보았다.

    <i>"나는 당신의 사랑으로만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내 모든 논리적 근거는 당신 안에 있었습니다."</i>

    이것은 수식도, 그래프도 아닌, 한 인간이 자신의 결함을 인정하고 타인에게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고백이었다. 내쉬 균형은 단순히 경제학적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을 때만이 각자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삶의 철학이었던 셈이다.



    비록 그의 불꽃 같은 삶은 2015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멈췄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여전히 우리에게 묻는다. 진짜 아름다운 마음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결점 없는 완벽함이 아니라, 깨진 틈 사이로 비치는 상처를 서로 꿰매어 주는 용기다. 영화의 끝자락, 절망의 심연에서 앨리샤가 건넸던 그 말은 이제 우리가 모두 믿어야 할 기적이 되었다.

    <i>"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믿어야 해요. 당신이 보는 것들이 가짜일지라도, 우리 사이의 이 마음은 진짜니까요. (I need to believe that something extraordinary is possible.)“</i>

    조원경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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